여름입니다. 달리기 좋은 계절이지요.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나를 보고 이상하게 처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원래 더운 계절이니까요. 아니, 다른사람이 어떻게 처다보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한걸음을 딛고 숨을 한번 쉬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만큼 힘이 드니까요. 팔에 흐르는 땀이 세차게 흔드는 덕에 얼굴로 튀기도 하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계속 눈을 찔러 앞을 보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등에서 흐르는 땀은 바지를 흠뻑 적셔서 집에 들어갔을때 아이가 왜 쉬를 했냐고 물어보기도 하지요. 네 저는 매일 아침 이렇게 흠뻑 땀을 흘립니다. 네 저는 매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매일 달리는 사람이라는 걸 자신있게 이야기 하려면, 100일 정도는 뛰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100일동안 뛰었다면서 일주일에 한 두세번 달리면서 그렇게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도 쉬지 않고 100일을 달려보자는 목표를 올 3월쯤 세워서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춥거나 더워도, 전날 술을 마셔서 숙취가 심해도, 몸살이 걸려도, 여행이나 출장중이라도, 전날 야근을 했어도,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습니다. 100일 동안을요.
처음에는 1km 가 힘이 들었습니다. 매일 100미터만 전진하자는 다짐이었지요. 무거운 몸이라서 발목이나 무릎 주변의 근육이 덜 발달된 탓에, 늘 통증에 시달렸지만, 테이핑에 보호대에 꽁꽁 싸매고 다시 달리러 나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기계적으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스트레칭을 하고 그냥 달렸습니다. 이때만 해도, 트랙을 벗어나서 달리면 무릎과 발목이 너무 아파서 하루종일 걷는것도 힘들었지요. 5km 를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던 시절입니다.
저의 달리기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고마운 장소는 보라매 공원입니다. 이전에는 몰랐던 자연의 소중함과, 달릴 수 있는 공간이 근처에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지요. 새벽에 나가면 아침부터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열심히 에어로빅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운동을 한번도 생각하고 살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5km 이상을 쉽게 달리게 될 정도의 체력과 몸 상태가 되고 나서는, 10km 를 매일같이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때 부터는 칭칭 감고 뛰던 보호대랑 테이프는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왠만큼 몸을 지탱할 수준이 되었던 것입니다. 대신, 함께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같이 뛰는 사람은 구할 수도 없었고, 막상 어떤 동호회나 크루에 들어간다고 해도 부담스러운게 많아서, 달리기를 주제로 유튜브를 하시는 분들의 영상을 많이 들으면서 달렸습니다. (마라닉TV 올레 형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10km 를 달려내고 나서는, 매일을 10km 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4일 이상은 힘이 들지만, 몸무게가 점점 줄어들면 조금 더 수월해 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묵묵히 달렸습니다. 어디에 있던지 계속 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에서의 달리기가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여행으로 속초를 갔을때, 현지인들이 사랑한다는 영랑호 주변을 달렸던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큰 호수를 끼고 달릴 때는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지요. 반대쪽에서 오는 러너분들과 눈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되자,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장 겸 여행으로 찾은 베트남 다낭의 해변을 달릴때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였지만, 현지인들은 새벽이나 밤 해수욕을 즐긴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아침의 현지 풍경을 즐기면서 달리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어르신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해변 앞 광장에서 왈츠를 추시더라구요.
10km 가 많이 편해지자, 이제 업힐 코스를 번갈아 가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출발해 서울대 입구역을 지나, 서울대 캠퍼스를 크게 한바퀴 도는 코스를 도전해 본 것인데요, 언덕길을 올라갈때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지만, 그 길을 견뎌내고 내리막길이나 평지를 달릴때의 그 쾌감과 성취감이 너무 큰 코스입니다. 오늘도 100일 기념으로 이 코스를 달리고 왔네요.
몸으로 겪는 변화도 재미있습니다. 우선 심박수인데요, 평상시 65~70을 유지하던 심박수는 55 정도의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일면 러너의 심장이라고 하지요. 117kg 에 육박하던 몸무게는 현재 91kg로 약 26kg 정도 감량했고, 혈압도 180에서 100 대의 안정된 수치를 보이고 있지요. 이제는 예전처럼 하루에 먹는 것때문에 죄책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좀 과식해도 다음날 조금 더 달리고 조심하면 2~3일 후에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적당히 음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끔 친구나 동료들과 술도 한잔 하구요.
그런데 이런 모든 변화보다도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마음의 변화입니다. 3월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동안 순응하면서 살았던 회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내가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움직여야 하는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불안감 그리고 가끔 인성이 엇나간 사람들이 저에게 뿜어내는 모욕은 저를 정말 힘들게 했는데요. 그 다음날 달리기를 하면서 그 모든것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있었던 일을 가뿐 숨과 흐르는 땀으로 배출시켜 버리고, 오늘 있을 미팅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 달립니다. 지금 저는 커리어를 시작한지 17년동안 제일 자신감 있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러닝을 하신지 한참 되신 분들이 제 글을 보시면 가소로워 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부끄럽구요). 하지만, 저도 이제 100일을 쉬지않고 달렸으니까, 누가 물어본다면, 네 저는 러너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해도 되겠지요?
이제 앞으로의 저의 계획은, 10km , half, Full 코스 마라톤을 차례대로 완주하는 것입니다. 달리는 속도도 조금 늘리고, 거리도 늘려야지요. 80kg 때로 접어들면 근력운동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몸이 점점 완성되면, 철인삼종경기도 나가보고 싶네요. 체력이 올라오고 자신감이 생기니,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세워둔 저의 몸과 체력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도전해서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경제적 자유도 누리고, 가족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지고, 세상에 기여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충만하고 가치있게 보내면, 언젠가 죽는날에 후회가 없겠지요.
이 글의 목적이, 달리기가 다이어트에 , 건강에 너무 좋으니까 달리자! 라고 느껴지셨다면, 실패입니다. 하지만, 무너진 내 삶을 일으켜 주는 돈 안들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느껴지셨다면, 성공입니다. 저처럼 저질체력에, 유리멘탈인 사람도 그저 매일 100m 만 더 달리자는 생각만 가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게 달리기 인것 같습니다. 여러분, 지금 한번 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