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아이와 병원을 다녀오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아내와 인사하고는 사무실이나, 집앞 공용오피스로 바삐 출근한다. 노트북을 열고 식품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서 링크드인에 포스팅하고, 오늘 온 메일이 없나 확인한다. 슬랙에서 어제 개발과 관련된 테스트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한다. 뭐라고 뭐라고 구체적으로 적혀있는데, 결론은 오늘도 핵심적인 기능이 완료된 상황이 아니었다.
이 상황이 5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무려 5개월째. 처음에는 외국인 개발자의 스킬과 소통의 부족, 그리고 그 사람의 태도에서 우리는 문제를 찾았다. 무엇이든 된다고 약속하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우리가 잘못이라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개발자를 뽑아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체계적인 문서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해서 하나하나 다시 시작해보자고. 그게 5개월 전의 이야기이다. 아직 우리는 5개월 전의 시간에 갖혀있다.
나는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인맥을 총 동원해서, 올 3월부터 영업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우리가 B2B 식품업계에서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고, 이것이 실현되면 어떠한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쫒아다녔다. 4개월 동안 50개정도의 회사를 직접 찾아가 영업을 했고, 대부분 우리의 아이디어와 컨셉, 그리고 우리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공감했다. 이제 제품만 나오기만 하면, 그들에게 시연해주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개선해 나가면 모든것이 완벽했다.
다만, 문제는 개발이었다.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기능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켰고, 알파테스트에 참여한 기업에서는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수준이 되었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고, 왜 기초적인것이 작동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서 화도 냈다가, 업계의 특성을 이해 못한 나의 탓이라고 자책했다가, 이러다가 나의 도전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인가에 대해서 불안해 하는 것을 매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내가 열심히 영업을 했던 기업의 관심도는 떨어져 가고 있다. 아마 다시 연락을 하면 " 누구시라구요? 라고 할것 같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갔고, 흘러가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자료를 작성하면서 창업과 관련해서, 스타트업과 관련해서 배우고 있음에도, 원래 이 업계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고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알고 있음에도, 나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우리의 서비스는 언제 개발이 끝나 내가 영업을 하러 다닐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이것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