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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Sep 15. 2023

뒤늦은 울컥

" 제가 볼 때 이 서비스는 워킹이 되지 않을것 같아요"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설명한 서비스에 대해서 내가 받은 혹평이었다. 다른 데도 다 하고 있는거다. 많은 사람이 가입해서 써야 하는데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가. 특별한것 같이 포장했지만 결국 이것저것을 섞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식품업계가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대기업은 이미 쓰고 있는 시스템에서 약간 변형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또다른 귀찮은 일이 실무자 입장에서는 추가 되는 것일 수 있다.


이렇게 상세하게 이야기 해 주면 좋으련만, 그냥 면전에서 1시간의 미팅결과 내개 뱉어낸 말이다. 나는 끝까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네 그럴 수 있는데, 우선 귀사의 고객사에서 테스트를 요청하셨으니, 한번 워킹이 되는지 테스트만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불편한것이나 부족한 점이 있으시면 가감없이 지적해 주십시오"


그날 그 사람은, 본인이 이 분야에 얼마나 오래 있었던 전문가인지를 그 이후에도 일장 연설한 후에, 결국 그러겠노라고 마지못해 수락했다. 내가 요청한 행위는 10분 정도면 끝나는 것이었지만, 내가 그 사람에게 공들인 시간은 총 1시간 30분에 달했다. 그래도, 내가 찾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나에게 어떤 의견을 준 사람이니까, 그 자체로 고마운 것이라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100번은 되뇌였었다.


그 뒤로, 개발에 많은 시련이 닥치고, 우리와 함께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한 업체에게도 그 시기를 두번이나 연기하는 일이 생겼지만, 결국 다음주에 테스트를 앞두게 되었다. 두려움, 설레임, 긴장감이 머리끝까지 차 오른 상태에서, 수개월 전 테스트를 요청했던 업체들에게 하나하나 전화를 했다. 대부분 그때의 일을 떠올려 주시고, 흔쾌히 테스트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해 주셨는데, 우리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 업체는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과는 달랐다.


" 아 네 그거요. 근데 그게 무슨 보안프로그램이라던지, 제 컴퓨터에 뭐가 깔리나요?"

" 아뇨 전혀 그런게 없습니다"

" 그럼 인증서 같은게 있어야 하나요?"

" 아뇨 그런것도 없습니다. 그냥 고객사가 발주를 하신걸 확인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까지도 정말 잘 참았는데, 내가 폭팔한 포인트는 다음의 대화에서 였다.


" 근데 그거, 우리 고객사랑 협의가 끝난게 맞나요?"

" 네 저희가 사전에 영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리스트에 따라서 미팅을 진행했던 것이고요, 이번 테스트에서도 다시 대상업체를 지정해 주셔서 연락드린겁니다."

" 그러니까 고객사가 그렇게 하자고 하신게 맞냐고요. 저도 그쪽에서 메일 주신건 봤는데, 메일 주신 내용이 진짜 맞는지 확인하는 중이라서요"

" 네 맞습니다"


우리 시스템에 불만이 있을 수는 있는데, 마치 내가 거짓말을 해서 협의도 없는 내용을 마치 있는것처럼 꾸며서 이야기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 하는데 순간 억눌렀던 자존심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근데, 이게 정말 꼭 해야 하는건가요?


꼭 해야 하는가라. 내 입장에서는 한명의 클라이언트도 아쉬운 상황이고, 이런 고객일 수록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진짜 영업이다 라는 건 머리로 알겠지만, 나를 근거없이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사람에게까지 요청을 해야 하는가 에서 마음을 정했던것 같다.


" 아니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랑 귀사의 고객사가 협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되구요, 만약 원하지 않으시면 저희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강요하는건 폭력이니까요. 저희는 귀사의 고객사에게 테스트 참여와 협조에 원하지 않으신다고 공식으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 주신 업체 리스트 중에 유일하시네요"


" 아 그래요? 저희말고는 다 한다고 하시나요?"

" 네 그렇습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수고하세요"

" 아 ...그럼 잠깐만... 그럼 그냥 안할께요"


그러고는 전화가 끊겼다. 순간, 내 손에 있는 전화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지만, 돈이 없어서 참았다.


그때도 잘 참았고, 이번에도 잘 참을 수 있었는데 뒤늦게 울컥한 내 행동에 대해서 아쉬움이 밀려온다. 내가 그래도 영업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감정을 드러낸건 잘못이다 싶었다. 그런데, 다른것보다 거짓말 하는 사람으로 몰아세우고 취조하듯이 말하는 태도에서, 그동안 올바른 자세와 마음으로 이 일을 임하던 내 자신이 불쌍해 지고 더럽혀 진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실수였으나,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 전화기도 집어던지지 않았고. 


결국 우리 서비스가 대세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람이란, 따라오는 사람들을 잘 이끄는게 기술이니까. 그게 적극적인 참여자던, 수동적이고 투털이인 참여자던 다 이끌어야 하니까. 거기에서 오는 진통이겠거니 싶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계속 응어리 지고 화가 났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호랑이는 토끼가 한말에 밤잠을 못이루지 않는다. 라고 했던가. 오늘은 다른 어떤 날보다 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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