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의 기나긴 긴장의 시간을 끝낸 딸.
먹고 자고 먹고 자던 어느날.
“엄마, 나 남친 생겼어.”
“…”
그럴수 있지. 그래도 되지.
허락아닌 허락을 해 주었지만,
가끔씩은 미움이 가득이다.
“엄마, 00는 너무 귀여워~~”
“엄마, 00는 너무 잘생겼어.”
“엄마, 00는 …….”
딸은 이렇게 천천히 아주 빠른 속도로 엄마 곁을 떠나고 있으며, 엄마는 잡지 못하고 종종거리며 미움만 키운다.
“엄마, 오늘은 00과 저녁 먹고 갈께.”
“엄마, 오늘은 00과 영화보고 갈께.”
“엄마, 00과 쇼핑하고 올거야.”
‘나쁜 년, 아니 나쁜 놈.’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키워놨는데,
내가 얼마나 노심초사 키워놨는데,
내가 얼마나 최고로 이쁘게 키워놨는데,
아무 댓가도 없이 내 딸을 차지하다니.
딸의 연애사를 날마다 들어주며 엄마는 서서히 그놈을 받아드리고 있다.
딸을 위한다는 말에 속고
딸을 돌본다는 말에 속고
딸을 사랑한다는 말에 속으며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다.
그놈의 엄마도 이 엄마의 맘과 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