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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주년 결혼기념일에 쌍둥이를 낳다

by 전성옥

년 결혼기념일에 쌍둥이 출산

흑염소는 임신기간이 150이다. 우리집 흑염소 이름은 [검순이]. 배가 나온것 같다는 말이 몇개월째였다.

“엄마, 검순이 아무래도 임신한게 아닌것 같아요,”

“아니야, 배가 나오고 있잖아.”

“엄마, 밥을 많이 먹어서 배불러진게 아닐까요? 벌써 몇개월인데 아직도 아기가 안나오잖아요.”

검순이는 임신이다, 아니다 살찐거다. 의견이 분분한지 진짜 몇개월째였다.

눈이 눈이 몇날 며칠을 쉼없이 내리는 어느날 아침.

눈리리는 집.jpg

뭔가 이상했다. 흑염소 밥 주는건 남편과 아이들 일이다. 엄마는 그저 명령만 할뿐.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눈은 펄펄 오는데 뭔가 기분이 그랬단 말이다.

그러자니 오늘은 결혼기념일 22주년이 되는 날인 까닭일까. 흑염소 우리에 가 보았다.

배가 불쑥 양쪽으로 나와있고 검순이의 움직임이 느렸다.

“태호야, 오늘은 검순이가 이상해! 꼭 새끼를 낳을 것 같단 말이지.”

“엄마, 안그래도 검순이 배가 엄청 불러 있어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칸에 닭들이 꼬꼬댁 거리며 소란스럽다.

한번 가봐야 겠다 생각하고 아들을 앞세웠다.

“어머나, 어머나, 어마나, 이를 어째!”

쌍둥이흑염소.jpg

구석에서 검순이가 검정 무언가를 핦고 있는게 아닌가.

드디어 드디어 검순이가 새끼를 난 것이다. 이 엄동설한에. 그것도 해가 지고 밤이 되는 시간에 말이다.

남편에게 전화 했다.

“여보 여보 여보야! 검순이가 새끼를 낳았어. 새끼를! 어떻게 해야 해?”

“그래, 어미가 새끼를 핦고 있는지 봐봐. 새끼를 핦으면 사는 거야.”

“그리고 얼른 젖을 찾아서 물려야 하는데….”

부산스럽다. 해는 이미 저버리고 어둠이 내려앉는데 남편은 일이 안끝나 오지 못하고.

아들과 엄마는 어떻게든 젖을 빨리기 위해 새끼 흑염소를 데리고 엄마곁으로 가서 젖을 찾아보려하는데 어미는 무슨 일인지 줄행랑이다.

“아이고 검순아 젖을 줘야 해. 안그러면 새끼가 또 죽는단 말야.”

지난번 첫번째 새끼는 실패했다. 첫 출산이다 보니 어미도 새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니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젖을 물려서 새끼를 살려야 하는데...

검순이는 다시 구석으로 가더니 누워버렸다.

“아이고 검순아 일어나봐. 일어나봐.”

그런데 갑자기 두번째 시커먼 것이 쑥 나오는게 아닌가.

“오메, 오메 아들아 쌍둥이다 쌍둥이.”

오늘은 우리 부부의 결혼 22주년 기념일이다. 정말 멋진 선물로 검순이는 쌍둥이를 낳았다. 옆집 집사님과 사투를 버린 결과로 검순이 새끼는 젖을 빨게 되었다.

“검순아 고마워. 결혼 기념일 선물로 최고다. 나는 이제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이들이 밥을 주고 물을 주고 돌봐준 검순이의 출산이니 이름도 멋지게 지어줘야 한다.

아들의 이름 뒷자를 따 숫컷은 호, 암컷은 막내딸 이름 뒷자를 따 진이라고 지었다.

호진이 쌍둥이다.

귀엽기가 말할수 없다.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날락 아이들은 새끼를 보러 다닌다.

“엄마, 쌍둥이 호진이가 콩콩 뛰어다녀요.”

행복한 날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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