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어제 우리가 나눠 들은 노래는 사실 – 이제 우리는 허용되는 시간까지만 술을 마실 수 있다. 바야흐로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과처럼 인파에 떠밀려 열차에 담긴 우리는. 덜컹거리는 마음들을 함부로 수습하려는 우리는. 분실물 센터 속 흑백의 시제로 굳어버린 우리는. 나는 너의 하얗고 얇은 손목을 바라보면서. 투명한 피부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속눈썹을 내려다보면서. 내 한 쪽 이어폰을 끼고선 추위에 붉어진 귓등을 바라보면서. 사실 이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뭣도 아니라고. 들으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노래일 뿐이라고. 툭, 하고 떨어뜨려버린 과거를. 그래서 들켰을 뿐이라고. 하지만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특별히 매력을 느끼는 나와 달리 그 사람은 내가 쓴 문장을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텅 빈 것처럼 보이는 동공에서 나는 멍든 바다를 보았던 걸까?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다는 서술은 언제나 충분하지 않다. 충분치 않은 문장은 늘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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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하철은 으레 그래야 하는 듯 덜컹거리고 나는 내 이어폰을 끼고 있는 네 한쪽 귀를 바라보고. 좋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 슬픈 말이지 네 손의 한 줌만큼 가벼운 온기가 내게로 옮겨오는 동안 숨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