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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 Jun 18. 2021

알 수 없는 아티스트

그립게 되어 버렸네요

알 수 없는 아티스트



기대고 싶은 마음을 비벼 끄고 메모장을 켠다
조금은 불행해진 것 같다
잃어버린 사람의 수를
매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따위가 생긴 뒤로

사람의 관계를
사칙연산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그 속에서
행위와 의도는 조금 더 명확해진다
이 행위를 해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겠지

그래서 너를 만나러 갔다
가끔은 모호한 게 필요하니까
술잔에 네 속눈썹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보면서
노래처럼 끊기지 않는 네 이야기를 듣는다
-왜 너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거야

늘 말이지 내가 너무 많이 흩어져 있어

각자에겐 각자의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순간이 언제였는지
머릿속에서 너무 많이 재생했기 때문에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닳게 되는 마음이 있다
주머니 속에서 하도 문지르다 보니
햇콩보다 작아진 마음을 손톱으로 꾹 누른다

그립게 되어 버렸네요
네, 그렇게 됐어요

알 수 없는 노래가 필요해서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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