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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 Jun 17. 2021

언니네 이발관, '아름다운 것'

끝나버린 게임, 보너스 스테이지 위에서 먼저 안녕을 말하다


 

 

 

한때 무한반복을 통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을때마다 가슴 뛰게 해줬던 노래.

 

우선 가사가 예술이다.

'먼저 마음이 식은 사람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읊조리는, 끝나가는 사랑에 대한 진실.


아름다운 것 , 언니네 이발관

 

그대의 익숙함이 항상 미쳐버릴 듯이 난 힘들어

당신은 내 귓가에 소근대길 멈추지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질때까지 난 기다려

그 어떤 말도 이젠 우릴 스쳐가

앞서간 나의 모습 뒤로 너는 미련 품고 서 있어

언젠가 내가 먼저 너의 맘 속에 들어가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지지 않을 거라 했지.

그랬던 내가 이젠 너를 잊어가.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넌 말이 없었지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슬픔이 나를 데려가 데려가

나는 너를 보고 서 있어 그 어떤 말도 내 귓가에

이젠 머물지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질 때까지만이라도

서로가 전부였던 그때로 돌아가

넌 믿지 않겠지만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동안의 진심 어디엔가 버려둔 채

사랑했었나요 살아 있나요 잊어버릴까 얼마만에

넌 말이 없는 나에게서 무엇을 더 바라는 가

슬픔이 나를 데려가 데려


 



-

우리는 우리에게 허용된 이야기의 깊이와 너비만큼만 서로를 사랑하게끔 허용되는가?

 

 이야기가 이야기로 머물지 못하고 표면에서 그저 흩어질 때 사랑은 끝이 나는가보다. 동공은 서로를 바라보지만 사실은 보고있지 않은 것.

오래 전에 사랑은 끝이 났고 남자는 그 사실을 아는 채로 여자 앞에서 먼저 돌아선다.

 

 사랑의 시작은 대개 '이 사람 앞에서는 하고싶은 말이 끊이지 않을 것임을' 아는 데서부터 출발했을 것이다.

이 글에서 남자가, 언젠가 내가 먼저 너의 맘 속에 들어가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지지 않을 거라 했라 했듯이.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야기는 끊임이 없고, 그들 사이에 생겨나는 소우주 사이에서 그들만의 언어는 춤춘다.

막힘 없이 흐른다.


하지만 이제, 같은 언어로 그는 이별을 말하려 한다.

언제부턴가 사랑은 끝이 났고 실은 꽤나 오래전부터 보너스 스테이지에 불과했다고......

 

자우림의 you and me에서 '언제부터 난 혼자였는지' 라는 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왜 그런거 있잖아. 둘이서 게임하고 있는데 한 편이 먼저 죽으면 다른 한편은 혼자서 게임해야 되는 거......


익숙함이 힘들어진다는 것.


 가끔은 참 추억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일이
그렇게 힘들 수 없다.

헤어질 때가 되었음을 알아도, 추억에게 미안해질 일이 두려워 차마 끝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이야기도 우리를 그저 스쳐간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 순간 -

이제 보너스 스테이지조차 끝맺을 때가 된 것임을 묵묵히 안다. 그렇게 사랑은 끝난다.

 종종, 아니 대부분, 한 쪽이 먼저 끝난다.


이 노래에 내가 가장 강하게 이끌린 부분은

대부분의 노래와는 달리,

좀 더 슬퍼야 마땅한 여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남자의 입장, 즉 먼저 사랑을 끝내버린 남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의 목소리는 너무 담담해서, 힘든지 안 힘든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그에게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에게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왜 버려야만 했을까

 


담담하게 마음이 아프다.

 

왜 사람은 각자 사랑하고 끝맺는 속도가 달라서

이렇게 상처를 주고받아야만 하는가

마음을 되감기로 돌리고 싶다

상대가 내게 느끼는 감정 그만큼 딱 나도 느낄수 있게

더도 덜도 말고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게

그리고 그가 마음을 닫아버리면 나도

빨리감기로 끝에 이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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