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 그래 본 적 있잖아
파랑, 하고 부르면 진짜 파랑이 될까 봐
파, 까지만 부르고 말았잖아
랑, 발음할 때 혀가 톡 일으키는 물방울이
한 시절 되어 몰아칠까 봐
손바닥만한 마음 갖고도 종일
숨겼다 들켰다 하는 연안처럼
금이라도 밟을까 봐
온 신경을 집중해 파랗게 쳐야 했잖아
뭍에 닿으면 부서질 걸 알면서
동그랗게 몸을 말면
가장 완벽한 파랑, 그럴 때 우린
사랑 대신 파랑
바랄게, 대신 파랄게
속삭임이 물들면
그 색은 분명 소라색
물결이 볼을 붉히면 그건 연보라
포말이 톡, 터지며 뭍의 끝을 적실 때
간지러움은 마음보다 빨라서
먼저 부딪히고 터졌잖아
뭔지 모를 마음을 동그랗게 담고
파랑, 파랑해
속삭이면서
닿을 듯 말 듯 간질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