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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작가 Nov 12. 2021

집순이가 되어도 좋아

내 공간이 너무 좋은 이유



 나는 안락한 나만의 공간이 좋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고요한 정적을 느끼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빛이 내려앉은 초록 잔디가 펼쳐진 전원주택은 아니지만, 6인용 긴 원목 테이블과 낡은 책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은 방이 좋다. 



 잡다한 서류들을 늘어놓아 업무가 용이한 긴 나무 테이블 위에는  개의 도서 거치대와 스탠드가 있다. 개의 거치대는 보통 노트북을 올려놓고 글쓰기 작업에 사용하고, 다른 한 개는 책을 읽을 때 사용한다. 독서를 유도하는 LED 스탠드의 온도는 따뜻한 아날로그 분위기로 작가 감성을 자아내고, 스탠드의 밝기 핑크빛 온기로 내 주위를 가득 채운다. 이렇듯  공간의 환경은 달달하고 섬세한 글을 창조하는 에너지를 전달한다.





 내 방의 꽃이자 보물은 책이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결심하고도 유일하게 수집해 오고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자 내적 자아를 충족시키는 생명수와 같다. 내 방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 먼 훗날의 더 멋진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 글 한 글 옮기고 기록하는 과정을 숭고하게 이룰 수 있어 행복하다.



 방에서 나와 주방을 지나가기 전에 널찍한 거실이 보인다. 거실에는 오트밀 색의 소가죽 6인용 소파가 풍수지리에 맞게 창가를 둥그렇게 마주 보며 자리한다. 이사 온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커튼을 달지  이유는 거실 유리창문으로  빛이 들어와 집안 전체를 환히 밝히기 때문이다. 벽면 전체가 통창이라 여름에는 소파 머리맡까지, 겨울에는 주방 안까지 엄마의 품처럼 아늑한 빛들이 쏟아져 들어온. 빛이 내려앉은 포근한 소파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꽃처럼 유일한 활력소가 된다.


#빛이머무는자리 #앨리스달튼브라운




 그렇다면 집과 개인적 공간은 에게 어떤 의미일까? 혼자 사는 싱글족은  가정이 있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에게도 물리적 공간과 정신적 공간의 필요성 인간의 본능이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인간 생활의 삼대 요소인 의식주 중에 '(Home)'의 사전적 의미로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또는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안이라고 확인된다.



 유독 한국 사람들은 집에 예민한 편인데 한국의 성장의 발판이었던 옛 헝그리 정신 때문일까? 집을 소유하기 위해 평생 목숨을 정도로 '' 의식(食)을 해결하는 존재 그 이상의 것이 되어버린 듯하다. 나 역시 '집'과 '개인 공간'은 사전적 의미를 포함하여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빛이머무는자리 #앨리스달튼브라운



 나는 이렇듯 집과 방을 사랑한다. 집에서 활동하는 모든 것이 좋다. 문득 집순이가 게으르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집과 개인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하고 싶어졌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됨으로써  액팅(home-acting)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집에서 가능한 일이 다양했었다. 개인적인 미팅이나 모임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집과 개인적인 공간에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렇다면 집이 주는 편리함은 무엇일까? 개인적 소유물을 어제든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용이성이 있고, 의식()을 해결할 수 있으며, 수면과 재택업무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소음 없이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거나 영화도 손쉽게 관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 집에서 가능한 특별한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술을 못해 시끄러운 술자리를 기피하는 편이라 홈파티를 가장 좋아한다. 일반적인 개념의 홈파티는 퇴폐적이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추진하는 '홈파티'란? 지인들을 초대하여 커피와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잔잔한 재즈 음악을 듣거나, 레이저 빔으로 최신영화를 함께 관람하며 지인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다. 나는 지인들을 초대하기 전에 집안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를 하고, 가구의 구조 교체나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하여 집과 공간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운다. 사람들이 나의 아늑한 공간에서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이것이 바로 홈파티의 목적이라 말할 수 있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안락한 곳이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도 때론 서울 숲이나 남한 산성을 찾는다. 운치가 있는 장소를 찾아 푸른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낭만을 찾기도 한다. 또 맛집 탐방이나 인파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걷기도 한다. 집순이는 집에서 TV만 보며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쓸데없는 외출을 줄이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투자하는 현명한 삶을 선택한 나는 집순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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