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번 먹자의 무게
요즘 인터넷에서 우리가 지난 왕정 시대에 왕호를 붙여 년도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2022년 올해를 코로나 3년이라는 말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 하고 난 뒤 우리는 '뉴 노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TV에서 이야기할 적에
나는 속으로 '아니 그래도 그렇지 설마 그러겠어?'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같이 '아, 맞다. 마스크.'를 외쳤던 지난 시간에 비해서
현저히 줄어든 아 맞다 마스크의 횟수를 체감하며
3년 째인 요즈음에는 진정한 '뉴 노말'이 되어 감을 느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 용어가 되었으며,
다른 그 어떤 때 보다 뉴스에 발표되는 실시간 정책에 촉각을 돋우며 사는 데에 익숙해졌다.
이전에도 말한 바 있듯 나는 전형적인 I, 내향형 인간이다.
사회적 활동을 즐겨하기는 하나, 에너지는 편안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때 채워진다.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강제 집콕을 해야 하는 일상을 내심 반기기도 했다.
그래서 코로나로 고통받는 것이 E형 (외향형) 인간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바깥 활동에서 더 에너지를 얻는 외향형 사람들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3년이 된 2022년.
이렇게 3년이 지난 후에 내향형인 내 삶이 정말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삶 속에서 '가벼운 관계'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가벼운 관계란 업무 간에 만나서 가벼운 친교를 하던 사이가 될 수도 있고, 가끔가다 밥 한 끼 하는 친구 사이일 수도 있고, 깊은 사이는 아니지만 정기적인 모임을 하던 사이일 수도 있다.
사실 이 가벼운 관계의 실종에서 오는 문제는 비단 내향형 인간인 나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기도 하다. 방역수칙을 열심히 잘 지키고 있는 거의 대다수의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이야기 일 것이다.
가벼운 관계의 실종은 내향형 인간으로서 그러지 않아도 좁디좁은 관계의 풀을 자랑하던 나에게는 정말 몇몇의 깊은 관계밖에 안 남도록 만들었으며. 이러다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까지 불러일으켰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카톡을 하고 유튜브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비대면으로 매일 소통하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얼굴을 맞대고 맛있는 밥 한 끼를 같이 하고, 가벼운 술 한잔을 하고. 커피 토크를 하는 데서 오는 친밀감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잃고 나서야 모두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바라옵건대,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 자리 수로 줄어들지 않을 수 있도록
코로나가 최대한 빠르게 종식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집 밖을 나가지 않을 예정이다.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