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달다 Dec 03. 2021

깨어져서 아름다운 것


나 오늘 깨졌어.

말만 들어도 위로가 필요한 문장이다.

어떤 이유로든, 누구에게든 깨어진 내 마음을 누군가가 다독여주기를 바라는

위로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기도 하고.


깨진다는 말은 참 상처가 되는 말이다.


깨졌다는 말에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물론 상처 입고, 부서져서 이전의 무언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가소성이 있는 물체의 말로 같은 서글픈 느낌마저도 든다.


그런데 이런 상처 받는 깨진다는 말에는 전제가 숨어있다. 

사실 깨지기 전 '온전한 것'이 훨씬 나은 상태임을 전제로 해야 깨어짐이 아픈 것이 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스개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신라의 미소라고 불리는 보물 2010호 얼굴 무늬 수막새는 깨져서 다행이라는 글이었다.


여러분이 떠올리는 바로 이거 맞습니다.


그 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깨진 수막새 사진과 

함께 원형의 수막새 사진도 있었다.


우리가 익숙한 수막새의 모습과 달리 

깨어지지 않은 원형의 수막새는 나도 그 글에서 처음 보았다.


그림 출처로 이동하기


친근한 기차 토마스를 약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름답고 은은한 미소이지만, 약간 불쾌한 골짜기에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신라의 미소도 묘한 느낌을 띠기는 하지만, 이 수막새야 말로 말 그대로 묘-한 미소다.


그래서 깨어져서 참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나서 크게 웃었었는데,

웃다 말고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수막새는 깨져서 다행이구나.

깨어져도 참 아름답고, 오히려 깨어져서 훨씬 아름답구나.


스타벅스가 새로 로고를 만들 때 세이렌의 모습을 일부러 비대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의 눈은 그걸 훨씬 인간적이고 안정감 있게 여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림 출처로 이동 하기


그런 걸 보면 우리 눈이나 뇌도 사실은 '완벽'한 걸 딱히 바라지 않는가 보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조그마한 위로를 받았다.


깨어져도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아니, 깨져서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우리 눈과 뇌는 사실은 완벽한걸 아름답고 매력적이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서 나는 이제 수막새의 신라의 미소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깨져도 괜찮다고, 상처 받아도 괜찮다고. 찢어지고 해어져도 괜찮다고. 온전함 보다 깨어진 네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이 미소에서 그런 말이 들리셨으면 좋겠다.




깨어져도 괜찮아



그림 출처 : 경주박물관 문화재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감히 날 평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