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허기
밥은 먹었는데, 왜 이렇게 허전할까
하루 세끼를 잘 챙겨 먹었다.
따뜻한 국이 있었고, 김치도 손수 담갔고, 밥은 내 입맛에 맞게 고슬고슬하게 지었다.
몸은 배부른데, 왜 이렇게 속이 텅 빈 느낌이 들까.
밤이 되면 유독 마음이 시린 날이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가 흐르고, 그 곁에선 남편은 졸고, 자식들은 전화 한 통 없었다.
별일 없던 하루였지만, 자려고 불을 끄는 순간,
‘내가 오늘 어떻게 살았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며 한숨이 새어 나온다.
나는 잘 살아온 걸까.
아니,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마음의 배고픔은 감정을 못 먹어서 생긴다
마음의 허기는 꼭 외로워서만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외롭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하면 속이 헛덧하다.
"엄마는 이런 거 좋아해?"
"당신은 무슨 생각해?"
누군가 진심으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해준 적이 있었던가.
언제부터인가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켰고,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참고,
짜증이 나도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감정을 말하지 않으면,
그 감정은 내 안에서 굳는다.
그리고 그 굳은 마음들이 쌓여
어느 날 ‘배고픔’으로 몸을 두드린다.
허기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회복은 시작된다
그동안 나는 괜찮은 척 잘 살아왔다.
남들 보기엔 큰 문제없이,
자식 키우고, 밥하고, 가족 돌보며,
‘엄마로서, 아내로서’ 충실했다.
그런데 이젠 조금 솔직해지고 싶다.
“나는 허전해.”
“나도 안아주고 싶고, 안기고 싶어.”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고 느끼고 싶어.”
이 말을 나 스스로라도 받아주지 않으면
이 마음은 계속 굶주릴 것 같았다.
감정을 돌보는 식사, 오늘부터 나에게 차려주자
마음을 위한 식사는 따로 있다.
그건 '나를 알아주는 말', '진심 어린 관심', '작은 성취감'이다.
남이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이젠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다.
작은 다이어리를 펼치고,
오늘 느낀 감정을 한 줄 써본다.
“오늘은 외로웠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랬다.”
그 한 줄만으로도,
마음은 “나 좀 봐줘서 고마워” 하고 속삭인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건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우리는 늘 대단한 걸 바란다.
근사한 여행, 감동적인 선물, 누군가의 인정…
하지만 사실, 마음은 소박한 것으로도 배부를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나를 알아주는 그 순간’이다.
그때부터 마음은 천천히,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어느 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젠 좀 괜찮아.”
“나는 나와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아.”
배고프면 내가 먹듯이
마음의 허기도 내가 알아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