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팠고 우울했다.
병원에 가도 뚜렷한 병명은 나오지 않았다. 의사는 스트레스라고 했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으면 그때 뿐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몸이 아파서 마음이 우울한 건지, 우울해서 아픈 건지, 그 경계는 흐릿했다.
마치 조율되지 않은 악기처럼 삐걱거리는 소리만 났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나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졌다. 엄마, 아내, 며느리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었다.
내 시간이라는 건 없었다.
아니,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걸 찾을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 생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긴 터널 속을 걷는 것 같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졌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면서 정작 '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처럼
어느 순간 아이들은 자랐고, 내 시간도 생겼다.
처음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그때 문득 "나는 뭐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상하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도 며느리도 아닌, 그냥 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지?
답답하기만 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책들이 한결같이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합니까?
언제 행복했습니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세요.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언제 가슴이 뛰었지?
어릴 적 나는 어떤 아이였지?
처음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질문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혼자 숙제를 푸는 아이.
문제를 풀다가 막히고, 고민하고, 다시 시도하고, 그러다 '아!' 하고 답을 찾아냈을 때의 그 희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답을 찾아낸 그 순간의 기쁨.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언제부터 나는 나의 숙제가 아니라 남의 숙제를 풀며 살았을까.
언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았을까.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몸이 좋아졌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어! 오늘은 안 아프네.'
그리고 그런 날이 점점 많아졌다.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안해졌고, 마음이 편안해지자 몸도 가벼워졌다.
마치 오랫동안 불협화음을 내던 악기가 제대로 조율되는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안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니다.
둘은 하나의 악장이다.
그리고 그 악장의 주제는 바로 '나'다.
나를 모르면 곡을 잃어버린 연주자처럼 길을 헤맨다.
나를 외면하면 악기는 소리를 잃는다.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비결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아이를, 숙제를 풀며 환하게 웃던 그 아이를 다시 만나는 것.
그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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