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라톤 첫 풀코스 훈련 3주 차 훈련기
'남들 다 할 때 너는 뭐 하고 있었니?'
처음 하는 훈련이 고되었던지 첫 주 훈련을 마치고 두 번째 주엔 몸살이 왔다. 월경주기와 겹쳐 몸살인지 PMS증후군인지 모를, 아니 그 둘의 오묘한 조합이 몸을 침대와 한 몸이 되게 하느라 2주 차 언덕훈력에 불참하고 3주 차 훈련에 참여했다. 첫날의 훈련보다 약간 강도가 높아져서, 아니 비가 내려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힘이 들었다.
언덕을 90초 동안 뛰어서 올라가다가 걸어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나는 같이 훈련하는 7-8명의 멤버들 중에 늘 꼴찌였다. 첫 주 훈련 때 감독님께서 가르쳐주신 두 가지 교훈 '힘들기 전에 쉬어라', 와 '앞사람들을 버려라'라는 말을 떠올리며 내 페이스를 찾기 위해 힘들지 않을 만큼 뛰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현격한 거리 차이가 나는 게 훈련을 반복할 때마다 마음에 걸렸다. 앞사람들을 버리라고? 따라가려고 하지 말라고? 내가 세상에서 배웠던 삶의 태도(?)와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감독님에게 또 다른 멤버분에게 칭찬을 받았다. 처음보다 속도가 많이 늘었다고 하셨다. 이게 뭐람? 나는 늘 꼴찌인데 칭찬을 받다니 신기한 세상이구나 이곳은.
언덕 훈련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 아침은 일찍부터 재난경보가 휴대폰에 뜰만큼 비가 많이 내렸다. 운동을 하러 운전을 하고 다녀오니 쏟아지는 빗길에 운전하는 게 무서워 오후 상담을 미뤘다. 정말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두 시간 넘게 잠을 자고 깨어나는 순간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아프다고 온몸의 근육들이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충분히 느끼지도 못하고 일어나 앉아 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 좀 넘은 시간. 한 주 동안 훈련하고 운동하느라 고생했을 나 자신에게 미안하게도 내 마음은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었다.
세상과 동떨어져 방콕하고 있는 게 얼마만인데. 사실 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던 별 관심 없이 그리 깊지 않은 동굴에 은둔하며 살면서 가끔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담해 주며 살고 싶기도 하다. 물론 나 혼자면 그렇게 살아도 굶어 죽지 않을 신기한 자신감이 있는데 아직 한창 자랄 아들 둘을 키워야 해서 나는 먹고만 살면 안 되는 처지다. 사실 나 혼자면 어떻게든 먹고는 살지 싶어 오늘처럼 비가 온다 핑계 대고 집에 들어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시간이 너무나 좋다. 하지만 그러는 한편 오랫동안 조건화되어 있던 또 하나의 내면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그러나 힘 있게 나에게 속삭인다. 네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냐? 고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않냐고 뭐라도 나가서 세상 속에 섞이고 따라가려 애쓰고 돈도 벌고 성공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킬박사와 하이드 까지는 아니어도 조용하게 있는 시간에 나는 두 개의 나를 동시에 만나는 듯하다.
남들 다 할 때 너는 뭐 하고 있었니?
다른 사람들처럼 이제는 뭐가 돼도 돼야 하지 않니?
이렇게 나에게 속삭이는 내면의 검열관을 좀 잠재우고 오늘의 나는 시간의 여유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나 자신에게 주었다. 앞에 달려가는 사람들을 버려라. 그 사람들이 앞서서 빨리 가더라도 결승점에 도착하면 다 멈춘다. 내가 천천히 가더라도 언젠가 나도 결승선에 도착하면 먼저 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속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가 더 빨리 먼저 가느냐에 매달려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살 때가 많다. 너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니? 네가 가고 싶은 곳이 맞니?라고는 한 번도 나에게 물어봐 준 사람이 없었다. 내가 가고 싶은 그 방향을 따라서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걷던 뛰던 가다 보면 나에게도 언젠가 세상의 부름에 응답하여 나의 온전한 모습으로 기여하며 살 때가 오겠지. 그리고 나와 같은 방향으로 먼저간 사람들을 결승선에서 만나게 되면 그들과 함께 내가 여행하며 보고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어쩌면 천천히 걸어오면서 그들이 정작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나만의 시각으로 보고 마음에 충분히 담아왔을 수 있겠다 싶다. 이글을 쓰고있는 이 순간 어쩌면 내가 남들보다 천천히 아니 남들 다 할 때 웅크리고 마치 남들눈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그 순간 나는 나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나의 심미안으로 그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발견해 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또는 다른 형태의 예술로 소화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든다.
남들 다 할 때 나는 소화중이다. 남들 다 할 때 나는 나의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나의 때에 나의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오늘은 비도 오고 집에 있는 때다.
[공감 통역사 김윤정]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었으나 영어를 포기하고 자기 이해가 부족한 바람에 오랜 방황으로 20대를 보냈음
결혼과 함께 시작된 30대 멘붕으로 상담전문가의 길에 어쩔 수 없이(?) 접어들었음
상담과 심리치료를 공부하던 중 비폭력대화를 만나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통역해내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함
특히 남자 내담자와 참여자들을 어쩌다 보니 80% 이상 많이 만나다 보니 남자를 진짜 이해하게 되면서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통의 어려움을 공감 통역으로 풀어냄
EBS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 YTN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서 상담을 하던 방송인
공감 통역사 김윤정의 유튜브 상담실을 운영하는 유튜버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는 그대에게를 2019년 출간할 작가
함께의 힘을 절감하는 스몰 스테퍼
감정에 대해 감정이 많은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를 외치는 감정 전문가
PREPARE/ENRICH-CV 커플 상담전문가, 심리극과 액션 메서드 전문가
두 아들과 강아지 딸 엄마
그리고 사랑이 필요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기를 원하는 알고 보면 허당 마음 따뜻한 철들어가는 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