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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Nov 11. 2020

4 곱하기 10은?

가르침이 행복한 순간

 피부가 하얗고 또래 아이들보다 조그마한 준우는 곱하기의 개념은 알지만 세로식을 세우는 알고리즘을 익히지 못해 곱셈 계산에 한참 시간이 걸리는 5학년이다.


 구구단도 완벽히 외우지 못해 2 곱하기 8처럼 아주 쉬운 곱셈도 2, 4, 6, 8, 10... 을 고사리손으로 헤아리며 동수 누가 하여 계산한다.


 분수의 곱셈 정도 하려면 자연수의 곱셈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 돼서 수업시간에 교과서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모자라다.






 방과 후에 남아서 못 푼 문제를 함께 풀어보는데, 이번에는 분자끼리 곱하다가 4 곱하기 10이 안 돼서 애를 먹고 있다.


 4를 10번 더하기에는 손가락도 턱없이 부족하고 머리로 세다가 얼마큼 더했는지 계속 까먹는다.


 4, 8, 12, 16... 한참을 세어 36, 40까지 세어냈다.


 여기서 하나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준우에게 이야기했다.


 4 곱하기 10은 세어 보니까 40이 나왔네. 2 곱하기 10도 한 번만 세어 볼까?


 2, 4, 6, 8... 작은 수여서 비교적 간단하게 20이 답임을 찾아냈다.


 잘했어. 2 곱하기 10은 20이고 4 곱하기 10은 40이고, 세어 보면 6 곱하기 10은 60, 8 곱하기 10은 80이 나와. 어떤 수에 10을 곱하면 그 수 뒤에 0이 하나 붙는구나. 잘 기억하렴!


 항상 조용한 준우는 충 고개를 끄덕인다. 대답하지 않기는 물론이고 얼굴 표정에서조차  말을 잘 알아듣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분수의 곱셈 흐름에서 다른 길로 아예 새어 나가지 않기 위해 얼른 다시 분수 계산으로 돌아와 약분을 하도록 한다.






 준우는 가정에서 학습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고 스스로 의지도 떨어져서 이해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학습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글을 직접 쓰게 하면 낱자의 받침은 거의 빠뜨리고 맞춤법이 틀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면 해독을 요하는 수준이다.


 어릴 적 집에서 공부를 봐줄 여유가 없고 스스로 암기에 대한 의지가 없어 구구단을 완전히 외우지 못하던 5학년의 나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준우는 곱하기라고 하면 곱해지는 수를 곱하는 수만큼 더한다는 의미인 것을 알고, 분수가 전체에 대한 부분의 의미인 것도 이해한다.


준우야, 선생님은 준우가 수학을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 빨리 푼다고 잘하는 게 아니야. 절대 친구들보다 풀이가 느리다고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일주일 후 수학 수업은 분수의 곱셈 단원 마무리에 들어갔다. 준우는 방과 후에 남아서 마지막 분수의 곱셈 문제를 풀이한다. 옆에서 푸는 것을 지켜보며 준우가 막힐 때마다 한 마디씩 던져주기만 했다.


 분모끼리 곱에 7 곱하기 3가 나왔다. 준우는 7을 3번 더해(7, 14, 21) 결과가 21 임을 찾는다.


 분자끼리 곱에 12 곱하기 10이 나왔다. 준우가 바로 120을 외쳤다.


 12를 10번 더하지 않고도 답을 찾은 것이다. 마음속에서 뿌듯함과 행복함이 솟아났다. 가르침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지! 똑똑이네 준우~ 이제 금방금방 다 풀어내는구나 다 맞았어 너무 잘했어!! 이제 선생님이 옆에서 말해주지 않아도 혼자 완벽하게 풀 수 있겠구나! 오늘은 다 풀었으니 바로 돌아가렴~


 칭찬에도 뿌듯해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하는 표현 없이 가방을 챙 준우는 내게 인사를 하고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간다.






 아직 준우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해야 하고 계산 전에 약분해서 계산하기 간편한 수로 바꾸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마음속에 준우는 이미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 수상까지 했다.


 가르침의 기쁨은 나의 말을 기억하는 아이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와 커다랗게 내 마음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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