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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호통

역지사지

by 정현철

평소에 새벽에 일어나다 보니 주말에도 새벽에 일어나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주말에 아침잠이 늘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에 밀린 빨래를 가지고 코인빨래방에 가서 빨래를 하는데, 새벽과는 다르게 사람들도 많고 코인빨래방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택배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코인빨래방 문 앞에 주차를 하고 빨래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아주 세게 쾅! 쾅! 쾅!


저는 순간 놀라서 코인빨래방 문을 열고 무슨 일이냐고 여쭤봤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할머니가 소리를 치면서 "차를 여기에 주차하면 안 되지! 다니다가 사람이 차에 부딪쳐"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하고 차키를 잠바 주머니에서 꺼냈습니다.


그런데 순간 기분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초면에 거의 욕하는 것처럼 호통을 토요일 아침부터 들으니 기분이 영 찜찜했습니다.


다행히 택배차량 아저씨가 출근을 하면서 그 자리가 비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공간으로 차를 이동했습니다.


운전을 업으로 하다 보니 주차공간이나 차가 이동하는 동선만 생각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평소에 새벽에 코인빨래방 문 앞에 주차해도 사람이 안 다녀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요.


앞으로는 보행자 입장에서도 생각해야겠습니다.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나니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반대방향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기분이 나쁘다고 이동주차를 안 했으면 또 한소리를 들을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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