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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길에서 자는 사람

by 정현철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에서 근무했을 때 재무회계를 담당했던 직원과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제가 모셨던 상무관의 가족이 지낼 아파트나 빌라를 거의 3개월 동안 찾아다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라 그런지 정해진 예산으로는 넓은 아파트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넓은 빌라를 선택했고, 재무관리팀장은 하나은행으로 부동산 관련 자금을 이체하러 제가 운전하는 차에 탔습니다.


그 방글라데시인은 저에게 비싼 집이건 싼 집이건 결국 우리는 모두 길에서 사는 사람, 길에서 자는 사람이라고 영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 사는 처제가 결혼할 남자친구를 사진으로 보여줬을 시기에 영국으로 이민 갔던 제 국민학교 친구가 한국에 왔습니다. 겸사겸사 영국 이야기를 하다가 처제 이야기를 하다가 처제의 남자친구 사진을 보여줬더니, 제 친구가 영국에서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거기에서 만난 영국인이라고 했습니다.


이만저만해서 호기심에 처제에게 물어보니 진실이었습니다. 이후에 한국에 왔을 때 함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했습니다만 나중에 장모님께서 영국 처제의 아기 돌봄과 처제 산후조리도움을 한 달 정도하고 돌아오셔서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


영국 동서가 노숙자 보호시설에 잠시 머무른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은 노숙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본인이 직접 저에게 말하기가 어려웠는지 아니면 앞으로 노숙자 보호시설에서 지낸 일을 그냥 잊어달라는 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니 그 사실이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굳이 그 과거를 처가 식구들이 모르고 지나갔을 텐데라고도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세상을 좁고 비밀은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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