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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씨 Dec 08. 2022

[이야기] 고등어의 여행

1. 영웅 고등어처럼 되고 싶어.

  여기 넓은 바닷속 작은 마을에 고등어가 살고 있었습니다. 고등어는 새끼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책은 고등어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었죠. 그 중에서도 ‘육지로 올라간 영웅 고등어’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영웅 고등어는 잡혀간 다른 고등어와 다르게 오롯이 본인의 의지로 육지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이들에게 자신의 살점을 내어주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 겸허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등어는 다른 고등어들과 다르게 성격이 느긋했고 생각이 깊었습니다.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빠른 추진력을 자랑하는 고등어들 사이에서는 별종으로 취급받았습니다. 평생을 남들과 다르다며 손가락질 받았고 외면당했죠. 그래서 고등어는 홀로 생을 견딘 영웅 고등어를 존경했고 성인이 되자마자 바다를 벗어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고등어는 열심히 지느러미를 흔들어 육지로 향했습니다.


  육지에서 처음 만난 친구는 갈매기였습니다. 갈매기는 고등어를 툭툭 쪼으며 말했습니다.


  “먹어도 되나?”

  “안녕하세요. 저는 바닷속 작은 마을에서 올라온 고등어입니다.”

  “아차차. 먹을 뻔했네. 사과하지. 고등어는 보통 올라오자마자 죽으니깐.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너 같은 놈이 하나 있었지.”

  “예? 저 같은 놈이요? 혹시 영웅 고등어를 아시나요?”

  “혹시 자세히 알고 싶은겐가? 정보의 값은 만만치 않다고. 자네는 나에게 무엇을 줄건가?”

  “보시다시피 제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갈매기는 눈으로 고등어를 선명하게 핥고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 아주 훌륭하지 않는가."


  고등어는 쭈뼛쭈뼛 소름이 돋았습니다. 갈매기의 생각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죠.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영웅 고등어의 발자취입니다.”

  “그래, 그래. 내 책임지고 알아봐주겠네. 그렇다면 선불로 하겠는가?”


  고등어는 아찔해졌습니다. 영웅 고등어라면 어떻게 했을지 떠올려보았습니다.


  “참고로 영웅인가 뭐신가는 선불로 했던 것 같네.”


  갈매기의 말에 고등어는 생각을 멈추었습니다. 갈매기가 정말로 영웅 고등어를 알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고등어는 눈을 꾸욱 감았습니다. 갈매기는 성큼성큼 다가와 고등어의 지느러미부분을 떼어먹었습니다. 


  “역시 신선한 것이 좋네. 그럼 우리가 또 만나길바라네.”


  갈매기는 고등어의 대답도 듣지 않고 멀리멀리 날아갔습니다. 고등어는 얼얼한 등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바다와는 굉장히 달랐습니다. 여기 저기 화려한 색채에 눈이 부셨고 뜨거운 햇볕에 짖눌려 당장이라도 납작한 호떡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모래가 숨구멍을 꽉 막고 있는 느낌도 들었죠. 고등어는 퍽퍽한 숨을 조금씩 내뱉었습니다. 무작정 올라온 육지는 고등어의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거대한 상어 수백마리를 만난 기분이었죠. 지금이라도 바다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갈매기가 가져올 영웅 고등어의 정보를 기대하며 고등어는 갈매기가 날아간 반대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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