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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씨 Dec 27. 2022

[이야기] 고등어의 여행

2. 혼자라도 괜찮아

  고등어는 비린내를 풀풀 풍기며 헤맸습니다. 골목어귀를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잔디를 산호초삼아 고향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목적지가 없는 고등어는 이내 고장난 나침판처럼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 뿐이었습니다. 그 때 온 몸이 노란털로 뒤덮인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아저씨, 아저씨한테 맛있는 냄새가 나요."


고양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고등어를 보았습니다.

 

"누,누구세요?"

"아, 저는 치즈라고 하는데요.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한 고양입니다. 그래서 배가 너무 고파요."

"그,그래서요?"

"아 다름이아니라, 아저씨를 좀 뜯어먹어도 될까요?"

"거절하겠습니다."

"아쉽."


고등어는 꾸벅 인사를 하고 재빨리 고양이와 멀어졌습니다. 고양이는 고등어의 뒷꽁무니를 졸졸 쫓았습니다. 한참을 걷던 고양이는 어디를 가는지도 모른채 어미 고양이를 졸졸 쫓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아저씨, 있죠. 우리 엄마는 정말 멋져요. 나쁜 아저씨들이 덤벼도 엄마는 눈 하나 깜짝 안해요. 그리고 안전한 장소도 잘 찾고요."


고양이는 고등어가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이 계속 말을 했습니다.


"캄캄한 밤이었어요. 엄마는 먹이를 구하러 갔고 저 혼자 있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울고 싶지만 엄마가 꼭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꾹 울음을 참았어요. 너무 배고파서 풀을 뜯어 먹고 지나가는 귀뚜라미를 잡기도 했어요. 저 혼자서도 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 때 엄마가 저 멀리서 오고 있는데, 엄마보다 빠르고 커다란 불빛이 순식간에 슝~하고 지나가는 거 있죠!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막 도망갔어요. 부끄럽게도 그 때 참았던 울음이 막 터져나오더라고요."


고등어는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고양이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하나도 담기지 않았어요. 마치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담담한 목소리였죠.


"예전에 엄마가 커다란 도깨비불을 만나면 위험하니 무조건 도망치라고 했거든요? 제가 너무 잘 도망쳤나봐요.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꼬르륵


"아 이거참, 부끄럽게. 제가 사냥을 잘 못해서 어제부터 굶었거든요."


고등어는 멋쩍게 웃는 고양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보송해보이는 털 사이로 언뜻 보이는 상처들, 심해를 닮은 컴컴한 발바닥이 아직 어린 고양이에게는 버거웠을 것이라 느껴졌습니다. 고등어는 동정이라도 생긴 것인지 평생 혼자였던 과거가 생각나버린 것인지 고양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큼. 크흠. 아까 누가 정보의 값은 비싸다고 했습니다. 치즈씨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그냥 갈 수가 없네요."


"네?"


"괜찮다면 제 꼬리라도......"


"와 정말요! 그걸 노리고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조금 배가 고파서요. 사양하지않고 잘 먹겠습니다!"


고양이는 당장의 허기를 달랠 정도만 뜯어먹었습니다. 고등어는 아릿한 꼬리부분의 통증을 애써 모른체 하였습니다.


"저는 갈 길이 멀어 혼자가야겠습니다. 이만 헤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등어는 따로 목적지가 없었지만 고양이와 함께 다닐 수도 없어 선의의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쉬운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밝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죠! 아저씨! 제가 필요한 일 있으면 꼭 저를 불러주세요.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고등어는 지느러미를 흔들며 고양이와 헤어졌습니다. 


'저 작은 아이도 홀로 꿋꿋이 생을 살아가는구나.'


고등어는 이미 사라진 고양이의 자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다르게 마음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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