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가로 110cm, 세로 200cm
그 곳의 나는 목마른 새처럼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북이처럼
뿌리가 썩은 나무처럼
생의 끄트머리에 가만히 앉았다.
어떤 날은 온 몸을 부딪혀오는 빗방울로 잠이 깨고
어떤 날은 창 밖너머 불빛에 창창 눈이 부셔 잠이 깼다.
또 어떤 날은 아무런 이유없이 잠이 깨기도 했다.
반대로 어떤 날은 죽은 닭의 울음소리처럼 밝은 새벽에 잠이 들었고
어떤 날은 팽팽한 과거에 파묻혀 잠이 들었다.
또 어떤 날은 공허한 입꼬리의 그림자처럼 잠이 들기도 했다.
바이올린 마지막 줄을 현으로 끌어당기며
주름진 손목을 치장했다.
갈 곳 없는 손가락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손가락을 잃은 손바닥이 울부짖었다.
따끔따끔 눈가에 피는 이끼는 무럭무럭자랐다.
살아있는 것은 하품을 했다.
마지막 파도가 바위를 철썩 때리고 도망가듯
여유는 허무맹랑한 악보의 쉼표, 영원한 휴식이었다.
세상은 가로 110cm, 세로 200cm
눈을 감고 눈을 뜨기를 반복하면서
안전한 늪에 빠졌다.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공기방울에
안부가 전해왔다.
그것은 생의 끄트머리에 함께 앉아있던
또 다른 내가 전하는 위로
나를 대신 사라졌던 나
가장 많이 듣고 싶었던 침묵
이제 안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