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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씨 Aug 19. 2023

MBTI가 일찍 나왔으면 어땠을까

나이를 먹어도 어려운 인간관계

MBTI가 나오기 전, 

2000년도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었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다혈질이고 O형은 성격이 좋으며 AB형은 싸이코.

나는 AB형이었다.

학교 다닐 때 혈액형 이야기가 나오면 싸이코네 또는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공부를 못하면 무조건 바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보가 되었다.


그 후 MBTI가 나오면서 내향형, 외향형을 나누었고

계획적, 공감형, 현실형등 서로를 파악하며 인정하거나 배척했다.

차라리 나은 점은 내가 AB형이에요. 했을 때보다 I입니다. 라고 했을 때의 반응들이었다.


학교 다닐 때 친했던 친구가 내 뒷담화를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화가 났던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정말 사소했다.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서.'

나는 구구절절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할 때 연락을 주겠거니,

나의 생활이 궁금했으면 너가 먼저 연락을 줘도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고

언제든 만나면 반가워할 수 있다는 점이고

내가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괘씸해서 혹은 자신도 연락하기 싫어서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것을 아닐까.

우리는 졸업도 하지 않았고

그저 방학이었을 뿐이고

학교에 간다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사이었다.

또는 같은 시골마을, 같은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던 내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먼저 연락해야 유지되는 관계인 것일까.


다른 사람 입을 통해 친했던 친구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MBTI가 만약 내가 학교 다닐 때 유행했더라면

서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스운 생각도 든다.

성격유형검사를 맹신해서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되지만

사소한 것에는 도움을 주지 않을까.


'저 IXXX 입니다.'

'아.'

이렇게 대화가 끝나더라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괜찮지 않은가.


편견으로 가득찬 사람이라면 

내가 뭘해도 괜찮을 것 같고

편견없이 나를 바라봐준다면

그것은 꽤 괜찮을 것 같다.


인간은 굉장히 복합적이며 양면성을 띄며

어떤 사람이라고 딱 잡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리숙한 한때라서

가끔은 떠나간 이들이 그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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