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날들
다정도 병이다.
너를 보며 그 말을 계속 되뇌었다.
너의 손짓과 말투에 배어있는 다정함에,
무심코 튀어나오는 행동들에 숨이 막혀서.
의미를 두지 않은 말들에 가슴이 떨려서.
마음이 없는 다정함은 병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끈기가 없는 걸까.
이어가지 못하는 글들을 보며,
아이디어가 떠올라 쏙쏙 골라 둔 키워드들과
갑자기 튀어나온 문장들을 기록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시작하지 못하는 나.
떠오르는 생각들에 비해 이어가지 못하는 나.
글로 붙잡아두고 싶던 시간들이 멀어지는 걸 보며
슬프고 또 속상했다.
그렇지만! 이어가야지.
애당초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하는 것이었으니.
내년에는 습관을 만들어보는 걸 목표로 잡아야겠다.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어
아빠에게 맥주 한 잔 사달라고 했다.
단골 술집에 하나 남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불타는 토요일을 보내는 이들 사이에서 시작된 대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쩐지 어려웠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맥주를 한 잔, 두 잔 비워냈다.
원래 딱 두 잔만 마시기로 했는데
결국 세 번째 잔도 주문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용기 내어 속마음을 꺼냈다.
아빠는 아빠의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라 했다.
어쩐지 허무하게 나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 후로도 아빠의 이야기를 좀 더 들었고,
여전히 답답함을 끌어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찡찡거리는 내게 아빠는 말했다.
"뭐든 잘할 거야~"
아빠는,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3주는 서울에 살고
1주는 강원도에 살고 싶다.
평일 여유를 놓치고 싶지 않다.
자고로 묻는 자에게 답이 보인다 했던가.
계속해서 묻고 묻고 고민해야겠다.
마음이 미래에 머무는 날이 잦다.
그래서 귀한 시간을 아쉽게 보낸 적이 많았다.
다가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시작하지 않은 일을 불안해하며 놓쳐버린 시간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간에도 불안감은 잊지 않고 나를 찾아왔지만
충분히 즐거웠고 행복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좀 더 확실해진 시간이었다.
수 만 가지 가설을 세운다고 해도,
나의 내일은 예측할 수 없다.
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떤 보물을 찾게 될지
혹은 무엇을 잃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을 충분히 채워야겠다.
무슨 일이 찾아와도 내일의 내가 이겨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