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생각
서늘한 가을밤의 시작을 온몸으로 느끼던 날
햇빛에 바싹 말린 보송한 이불,
몰라보게 서늘해진 온도.
내일 할 일들이 나에게 말을 걸던 초가을의 새벽
좋아하는 마음이 그동안과는 조금 달랐다.
혼자 상상하고 신경 쓰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자연스럽게 용기를 내고 아니면 말고를 외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받아들이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너의 자유라면
말을 건네어 보는 것은 나의 의지이니.
한 번쯤은 나의 마음에 솔직해져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해도,
얼굴도 모르는 지난날의 사람들과 나의 성향이 달라 어쩐지 쪼그라든다 해도.
한 번도 내 감정에 솔직해본 적 없던 내가 이만큼 용기를 낸다는 것은
억눌림의 한계에 다다른 깊은 곳의 내가 만들어낸 변화일지도,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시작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 말해보려고.
왜 그랬을까-
아차, 싶은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주는 것
단어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더 크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등 -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회적 약속이지만,
때론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말들인데
하나의 단어에 우리는 울고 웃고 참 깊게 반응한다.
그러니 너무 남발하지 말아야지.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사려 깊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의 병이 무서운 이유는 다 나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생채기가 난 자리에는 딱지가 앉고,
그 딱지가 사라지는 걸 보며
'아 나 괜찮구나' 할 수 있는데
마음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아픔만은 참 생생해서,
밴드를 붙일 수도, 연고를 바를 수도 없는 곳이라서.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겠거니- 하고 기다릴 수밖에.
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의 전제는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이 사람이 나와 이 정도의 대화를 나눌 사람인가가 되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와 함께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2020년 반품하면 안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