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 일곱 개의 날들
가장 좋아하는 반바지를 입었다
분명 찜기 속 만두 같다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진다
한번 입었지만, 아무래도 이 옷은 잘 개어 다시 넣어두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여름이 간다
또 하나의 계절이 나를 스쳐 간다
절대 ‘같이 갈까?’ 라거나
‘따라갈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너무 늦게까지 걷지 말고”라고 말해줄 뿐.
맞아 그 한마디면 돼
지키지 못할 다음은 기약하지 말 것
이 곳에서의 시간이 쌓이는 만큼
그곳에서의 시간이 멀어져 간다.
아쉬운 만큼, 잊히지 않도록 잘 품어줘야지.
생겨나는 건 한 순간
잊히는 건 평생
예를 들면 트라우마 같은 것들
너의 공간을 채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너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 되면 된다.
원래 조금 예민한 사람
원래 조금 생각이 많은 사람
원래 점심시간을 혼자 쓰는 사람
원래 자기 얘기를 잘하지 않는 사람.
알리고 싶지 않은 상대에겐 처음부터,
원래 그런 사람이 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