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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Mar 26. 2017

다섯번째, 논현동 프랑스빵집 꼼다비뛰드

한국에서 만나는 프랑스 동네빵집



빵집 : 꼼다비뛰드 (comme d habitude : 여느 때처럼)

위치 : 서울 강남구 언주로 124길 40

메뉴 : 버터향 가득한 크로와상, 부드럽고 달콤한 마들렌, 심플하지만 맛있는 바게트 샌드위치, 자연의 맛 당근주스






지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경사길을 올랐다.

지금과 달리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였고 그늘 하나 없는 길이어서, 고급 아파트 담벼락 너머 보이는 초록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던 날이었다.








생긴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후기도 많지 않은 빵집을 찾아 난생처음 가보는 동네에 발을 디딘 나. '맞게 가고 있나' 확신이 들지 않던 찰나 저 멀리 하얀 가게 하나가 보였다. 주변의 경관과 어울리는 듯 도드라지는 예쁜 외관의 문을 여니 그 곳은 생각보다 더 좁았지만 나를 순식간에 프랑스로 초대한,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목욕탕을 연상케 하는 화이트 타일과 드라이플라워, 마주 볼 순 없지만 서로의 귀에 대고 속삭일 수 있는 옆으로 앉는 의자 몇 개와 테이블. 쇼케이스는 브라운 색감의 빵들로 차 있었고 냉장고에는 투박한 샌드위치와 아기자기한 타르트가 놓여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카페들이 그러하기에 어찌 보면 그저 '핫한' 느낌의 빵집일 수도 있었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심상치 않은 비주얼의 빵과 그 앞에 놓인 불어&한국어가 적힌 이름표였다.



' 오 이거 심상치 않은데? '









(그때 당시) 아직 어색하지만 따스한 눈빛의 사장님 커플에게 인사를 하고 빵을 구경했다. 한 겹 한 겹 살아 숨 쉬는 듯한 크로와상과 처음 보는 브리오슈 머핀, 야무지게 말린 에스까르고와 시원시원한 바게트. 담백한 브레첼에 퐁신퐁신한 치아바타까지. 길지 않은 쇼케이스임에도 꽤 다양한 종류의 빵이 들어있는 모습을 보며 땡볕에 흘린 땀은 잊은 지 오래였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에서는 기본 빵을 먹어봐야 한다는 철칙에 따라 크로와상을 주문하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도 한 잔 시켰다. 그리고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의 쉐프님께서 내어주신 수많은 시식 빵 중, 상큼 달콤함에 눈이 번쩍 뜨인 레몬 마들렌도 하나 골랐다.







인적 드문 평일 오후. 커피 내리는 소리와 달그락달그락 접시 꺼내는 소리, 빵이 만들어지는 듯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소한 소음들. 겹겹이 살아있는 크로와상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차려 놓으니 나는 내가 안고 있는 모든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크로와상을 한 입 베어 문 순간, 나는 이 공간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직감했다. 뭉친 부분 하나 없는 속살과 바삭한 겉면, 기분 좋게 퍼지는 버터향까지 이렇게 깔끔한 맛이라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인 바게트 샌드위치를 종류별로 섭렵했고 자축하고 싶었던 날엔 달콤한 초코 크로와상을 먹으러, 사랑하는 엄마를 딱 2시간 볼 수 있었던 날엔 엄마를 위한 마들렌을 사러 줄기차게 드나들었다.







꼼다비뛰드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자연스레 그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드라이플라워 한 다발을 선물하는 손님, 문도 열지 않은 이른 시간 당근 주스를 사가는 동네 사람들, 직원들과 몰려와 모든 종류의 빵을 드시고 가신 다른 빵집의 사장님과 유명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꼼다비뛰드를 다녀갔고 그곳과 사랑에 빠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그 답이 사장님들께 있다고 생각했다. 버터 이야기가 나오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눈빛이 되었다가도 원하는 맛이 아닐 땐 냉정하게 고개를 젓는 쉐프님. 쉐프님의 신념과 꼼다비뛰드의 컨셉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손님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그의 파트너. 꼼다비뛰드에는 좋은 재료와 쉐프님의 손끝이 만들어 낸 훌륭한 맛이 있고 오랜 연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알콩달콩함과 편안함이 있었다.












여름 이후, 반년 동안 엄청나게 유명해진 프랑스 빵집은 평일 점심에도 분주하고 토요일엔 당일 예약이 불가능한 곳이 되었다. 쨍한 햇살 아래, 맛있는 빵과 잔잔한 음악은 기억 속에서나마 가능하게 되었지만 아쉽진 않다. '나만 알던 인디 밴드가 TV에 나와 화가 나'라는 태도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동네 빵집들이 사랑받을 때 나도 기쁘니까.






밖에서 기다려도 춥지 않을 날씨가 되면 다시 골목길을 올라야겠다.

여느 때처럼, 그 자리에 있는 빵집 꼼다비뛰드를 만나기 위해.


내가 다시 갈 때까지 더 많은 분들이 꼼다비뛰드를 즐겨주시길 바라며,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낸다.













하나) 바게트 샌드위치는 맛있는 만큼 인기가 너무 좋아요. 예약하고 가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 레몬, 말차, 얼그레이 등 마들렌이 참 맛있어요. 구움 과자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드셔 보셨으면 좋겠어요.


셋) 말차 갸또, 과일 타르트 등 시즌마다 새로운 디저트들이 나와요. 빵만큼이나 매력적인 메뉴들이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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