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가 저물었다
한 정거장이지만 지하철을 환승해서 타고 갈까
그냥 걸어갈까 고민한다.
갈팡질팡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한 채 꼭 끌어안고 있다가
방금 떠난 열차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열 시 삼십 분.
깜깜함이 내려앉은 늦은 시각이지만
그래도 한 발 한 발걸음을 옮긴다.
나무들은 많이 노랗게 물들었는지,
오늘 아침 살짝 내린 비에 바람이 차가워지진 않았는지,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밤에는 라멘 노점을 한다는 그 청년은
오늘도 문을 열었는지,
어제 문 닫은 그 옷가게 대신 무엇이 들어오는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던 청춘들은 오늘도 젊은지.
내가 회사에 갇혀 있었던 13시간 동안
세상은 안녕한지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