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네가 있어 다행이야.
우리는 원래 경쟁상대였다.
맡은 고객이 달라 전혀 다른 업무를 했지만,
팀 내 주어진 자리는 하나였기에
너 아니면 나. 한 명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내 시간이 소중해 오래 머물지 고민했던 나와
처음부터 회사에 남고 싶어 했던 너.
그런 너를 알았기에 전환을 앞두고 나는 여러 번 마음을 바꿨다.
경쟁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천성이어서 내가 떨어질까 봐 무서운 마음이 절반이었고,
일하고 싶다고 늘 말해왔던 너에 대한 미안함 마음이 절반이었다.
모두들 나에게 ㅂㅅ이냐 했지만 진짜였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전환이 되었다.
너무나도 힘들게 고민하는 팀원들을 보며 하나 더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결론이 해피엔딩이어서 얼마나 마음이 편했는지 모른다.
사원이 된 후 우리의 일상은 달라졌고 자연스레 책임감도 달라져야 했다.
새로 생긴 법카, 직원들이 누리는 혜택 등 많은 것들이 생긴 만큼
기억할 것 역시 많아져 맨날 서로 물어보고 도와주고 그랬다.
그렇게 같이 막내가 된 우리는 환영식도 같이 했다.
너는 나의 술을 대신 마셔주기도 했고, 나는 너를 챙기기도 했다.
처음 둘이 밥 먹던 날의 어색함이 아직도 생생한데,
겪으면 겪을수록 우리는 코드가 잘 맞았다.
커피, 디저트를 좋아하고
맛있는 것에 돈을 안 아끼는 타입이라 1차에서 13만 원 나오기도 하고 (..)
쿨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성격도 비슷하고
술을 좋아해 늦은 밤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끔 입고 오는 옷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니 참 감사한 인연이지 싶다.
아빠의 말처럼 연봉이 거의 비슷해
서로 씀씀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정말 큰 장점이다.
신기하리만치 이성으로 서로를 느끼지 않는 것도 재밌고
둘 다 은근 섬세한 면이 있어 서로의 취향과 특성을 잘 기억한다.
업무가 힘들거나 일이 너무 하기 싫은 날은 메신저로 수다 떨기도 최고고
속 답답한 날, 점심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고.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여서 대부분 동기가 없는데
우리에겐 서로가 있으니 참 운이 좋았지 싶다.
새로 온 사람들을 케어해야 하는 게 벅차 커피를 마셨던 날
너와 나눈 대화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착한 사람은 나랑 안 맞아"라는 너의 말에
'그래서 내가 너 앞에 앉아 있나 보다'라고 대답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
너의 다음 말에 큰 웃음이 터졌다.
"너도 안착하잖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웅다웅할 수 있는 네가 있어 감사한 날들이다.
으즈므니..
나의 동기가 되어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고마울 예정이다.
나를 버티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너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내일 커피는 네가 쏘는 걸로. 빵야빵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