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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Nov 10. 2017

나이 먹은 신입사원 일기 - 어떤 저녁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했던 시간


나의 대학생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과

그의 여자 친구인 내가 좋아하는 언니.

나의 영원한 친구 자매님과

언제나 진지하게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오빠.


위가 아파서 전날 저녁, 아침까지 죽을 먹었음에도

케이크와 순댓국, 맥주, 꼬치구이를 먹었다.

물론 매우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먹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위가 아픈 줄도 몰랐다.






어쩌다 오빠와 나만 둘이 남게 된 순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오빠는 말했다.

"스트레스를 집까지 가져오지는 마."

웬만하면 2년만 버텨보라고 하겠는데 몸이 아파 버리니

마음이 쓰여서 그런 말도 못 하겠다는 걱정.

위로와 함께 건넨 그 말에 나는 응어리 하나가 사르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생각은 나의 몫이고 걱정 역시 나의 몫이라

월요일까지 끝내야 하는 레퍼런스 조사가 나의 마음을 짓눌렀지만,

그냥 그 순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어차피 나는 또 해 낼 거야.'





이후 우리는 7080 노래를 신청해서 들었다.

나의 신청곡이 너무 좋아 다음에도 틀어야겠다며 명예의 전당에 기록해주신

유쾌한 사장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끊이지 않던 웃음과 쉴 새 없이 부딪히던 잔.

활짝 열린 문으로 찬 공기가 들어와도 추운 줄 몰랐던 어느 초 겨울밤.

앞서 들었던 노래를 노래방에서 이어 부르며 서로의 소리에 장단을 맞춘 밤.






너무 좋은 날이어서 아픔이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까짓것 아프면 또 약 먹으면 되지.



그래, 나는 아마 이런 시간을 간절하게 기다려왔는가 보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 위로해주는 말들, 내가 온전히 나인채로 머물 수 있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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