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전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핸드폰을 개통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무료통화를 다 써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부모님과 통화할 때도 스피커폰으로 다른 일을 하며 할 정도니까.
그런 나의 첫 사무실 통화는 대학 시절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였다.
컨퍼런스 참석자를 모집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는 일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때 처음 느꼈다.
'아 이건 안 맞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니지만 그땐 참 부담스러웠고 별게 다 민망했어서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한 달을 채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다시는 전화와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는데
4년 후, 이 곳의 인턴이 되며 다시금 전화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 입사 후 전화와 친해지기란 꽤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고요한 사무실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도 싫었고
보이지 않는 이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답답했다.
입사 초반에 했던 건 견적 받기, 물품 렌탈 하기, 주어진 템플릿대로 전하면 되는 RSVP 등
단순한 내용이었음에도 그마저도 신경이 쓰였다.
실수하지 않을까,
잘 못 전달하는 건 아닐까,
누가 듣고 웃진 않을까 등등.
막상 전화기를 들면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게
여유 있게 웃으며 전화했지만, 속은 언제나 편치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은 클라이언트와도 종종 통화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더 난감해졌다.
아직 광고주 커뮤니케이션은 너무나도 조심스러워서
메일 답장을 할 때에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삼 박사일 고민 끝에 메일을 보내는데,
전화는 즉각적인 것이기에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더 난감한 건 상대가 일정이나 향후 계획 등을 물었을 때다.
바로 대답하기엔 한번 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인데 내가 머뭇거릴까 봐.
혹은 잘못된 정보를 전해 난감한 일에 봉착하게 될까 봐.
윗분들이 듣고 혼낼까 봐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몇 달 전부터 광고주 커뮤니케이션을 직접 하게 된 후로 -
종종 핸드폰을 들고 회의실로 향한다.
그런 나를 보며 사수님께서는 수상하다고
왜 전화가 잦아졌냐고, 이직 준비하는 거냐고 물으시지만
아뇨.. 실수해서 그래요.
티 안 나게 수습하느라 그럽니다..
물론 나만 아는 비밀이다. 껄껄
에이 모르겠다.
그래 봤자 수화기 너머에 있는 것도 사람인데.
언젠가는 편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