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느린 처자

안녕하세요. 일훈이입니다.

by 일훈이


몇 년 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2011년 어학연수 시절 싸이월드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은 게 마지막이니, 벌써 5년 넘게 만나지 못한 그녀.


운동선수로 활동했던 초등학생 시절, 커다란 시합장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옆 학교 선수였던 그녀는 경쟁자였지만 도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했을 땐 든든한 파트너이기도 했다. 흔치 않은 경험을 공유하는 건 둘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특효약이기에 우리는 금방 친해졌으나,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내가 은퇴를 하며 소식이 끊겼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운동 선수 - 일반 학생'의 관계로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땐, 급식실에서 나누는 눈인사가 우리 관계의 전부였다.


그녀에 관한 마지막 기억은 딱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식실에서도 안 보이던 친구가 걱정되던 찰나 친구의 어머니께 연락이 왔었다. 운동을 그만두겠다며 잠적했는데 혹시 연락이 되냐는 어머님의 질문에 '집-학교-학원'이 삶의 전부였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친구가 걱정되어 그 달 모의고사를 망쳤다. (물론 단지 그 이유때문만은 아닐 거다.) 몇일 뒤 할머니 댁에서 발견되어 학교로 돌아온 친구를 보며 헛웃음이 나긴 했었지만, 일반 학생과 다른 궤도로 살아가는 운동 선수의 마음을 알기에 가슴 한 켠이 찡했던 건 사실이다.


그 날의 해프닝이 떠올라 여고시절 추억에 젖어있던 내게 친구가 은퇴 소식을 전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내년이나 내후년 쯤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란다. 아이가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라는 걸 알지만 순간 멍-해졌다. 여전히 취업을 고민하고, 애인은 커녕 관심남도 없는 내게 결혼은 너무 먼 나라 일이기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의 규정속도를 잘 지키고 있는 그녀가, 어느 덧 새로운 궤도에 오른 친구가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방황을 거듭하며 나의 속도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를 보면서 오늘은 꼭 브런치의 발행 버튼을 누르겠노라 마음먹었다.

느릿한 걸음을 걷는 내게 중요한 것은 '시작'이지, '언제'가 아니니까. 내가 걷는 길 위에서 만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인사드릴게요.

안녕하세요 - 빵과 커피, 사람을 좋아하는 일훈이 입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듣다 보면 삶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브런치를 시작했어요.

작은 순간들이 모여 저의 삶도 새로운 궤도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보고, 자주 보고, 오래 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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