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담아 Jul 06. 2023

마법사와 연인, 그리고...(1)

봄에 떠난 워케이션 

'집'에 가고 싶어서 떠난 여행


여러 번의 봄을 맞이할수록 몸에 짙게 밴 습관들이 늘어가기 마련이다. 벌써 30번이 넘는 봄을 만난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름의 오랜 버릇 하나씩 배어 있었다. 입과 손끝도 예외는 아니었다. 툭하면 나도 모르게 뱉어내는 말과 글이 생겼다. 최근 들어 많이 쓴 단어를 꼽자면, 프리랜서, 돈, 시간, 피로, 지속성, 좋아하는 것 정도. 그 낱말 사이의 빈 틈을 메워 보면, '직장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걸 하겠다고 뛰어든 프리랜서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이랄까.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바삐 달렸다. 하나의 목표 지점을 향해 전력질주한 게 아니라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를 보물을 찾아 이리 뛰로 저리 뛰느라 내가 서 있는 곳조차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그저 같은 자리를 맴돌며 중얼거렸다. 아, 집에 가고 싶어.


그 말을 웅얼거릴 때마다 놀랍게도 나는 집에 있었다. 비용 탓에 작업실은커녕 주변 카페마저 사치였기에 웬만한 작업은 모두 집에서 꾸역꾸역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늘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은 더 이상 내게 '쉼'을 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24시간 내내 늘 신경이 곤두섰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좋아하는 '일'에 내 일상 전부가 먹혀버린 기분이었다. 일이 싫었을 때는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쳤지만, 좋아하는 '일'이 나를 지치게 할 때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집마저 좋아하는 '일'이 삼켜버렸으니까. 그래서였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제주 숙소를 예약해버린 건. 


사실 제주행을 결심한 이유도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그 목적이 여행이라기보다는 출장에 가까웠기에. 3월 말, 책방 '조용한 흥분색'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때문에 군산에 갈 일이 생겼다. 그런데 4월 초, 제주에서 북페어가 열린다는 게 아닌가! 군산을 갔다 다시 서울을 찍고, 제주를 가는 게 너무 번거로울테니 아예 군산 일정을 마치고 제주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물론 '번뜩' 스치기만 했기에, 숙소를 예약하기까진 또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조용한 흥분색'에서 5월에 진행하기로 한 '문장전' 설치를 위해 4월 말, 어쩔 수 없이 또 군산에 들러야 할 일이 생겼다. '운명'이나 '신의 계시'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럼 어차피 군산을 또 가야 하니, 군산-제주-군산-서울 일정을 짜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은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2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 워크숍] 1문 1담 ; 일문일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