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이 맛에 하나요?

달리기를 할수록 스스로가 점점 마음에 든다

by 김험미

최근 몇 년 사이에 달리기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어쩌다 한강을 나가보면 특히나 그렇다.

중고 거래를 하는 앱에서도 동네 러닝 크루를 구한다는 문구를 자주 목격하고 있다.

사실 이 추운 날씨에도 한강을 달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데에, 나는 엄청 놀랐는데.

내가 바로 그들 중 한 명이 되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도 아니며, 이름만 MZ고 MZ와는 거리가 먼 세대인데, 나는 요새 달리기에 푹 빠져버렸다.


일주일 고작 한두 번이지만 요가는 거의 15년 동안 꾸준히 하고 있다.

거기에 틈틈이 헬스나 필라테스, 스피닝, 복싱, 다이어트 댄스, 테니스 같이 시기별로 유행하는 운동들은 거의 놓치지 않고 하고 있었는데, 달리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곧잘 뛰었는지 반에서 계주를 하면 몇 번은 주자로 나간 적도 있긴 했지만, 턱 끝까지 숨이 차는 그 기분이 싫어서 좋아한 적이 없었다.

특히나 체력 검사등을 이유로 오래 달리기를 할 때면 정말 기분이 최악이었다.

운동장을 계속 쉬지 않고 5번이고 10번이고 도는 달리기는 정말 피하고 싶은 종목이었다.


그런데 23년도에 혼자 사는 걸로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기안님이 마라톤을 뛰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스스로 부여한 고난을 이겨 낸 인간의 의지에 감화되어 어떤 큰 동기 부여가 됐던 것 같다.

달리기를 시작하겠다는 강한 마음을 먹었는데...... 예전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2024년을 그냥 보내고 있었다.

내가 그런 마음을 먹은 지 정확히 일 년이 되었다는 걸 나는 다시 혼자 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23년도에 국내 대회에 출전했던 기안님이 뉴욕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회차를 보고 1년이 그냥 지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강력한 동기부여에도 1년이나 실행하지 않은 스스로를 탓하며, 나는 바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어느 정도나 달릴 수 있는지 시험 삼아 첫날 가볍게 뛰어보았다.

어렸을 때는 숨이 차는 느낌을 그렇게나 싫어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변한 것인지, 바람을 맞으며 산책길을 뛰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은 6km를 뛰었다.

딱히 힘들지도 않았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도 않았다.

적당히 기분 좋게 몸을 풀었다는 느낌이었다.

나가기 전까지는 추워 죽을 것 같은 데, 막상 나가서 조금 뛰다 보니 손끝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좋았다.

4번째 달리기를 나갔던 날, 처음으로 10km를 뛰었다.

힘들었다.

진이 다 빠졌다.


그렇게 12월 한 달 동안 나름 시간 있을 때마다 뜀박질을 나갔다.

한강을 타고 부는 차갑고 시린 바람.

넘실 거리는 검고 푸른 강물.

그 위에 점점이 둥둥 떠 있는 오리와 새떼들.

겨울의 색채를 흠뻑 뒤집어쓴 나무와 주변 풍경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러닝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많은 자전거들.


처음에는 달릴 때 너무 잡생각이 많아서 뛰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보통 달리기를 하면 잡념이 사라진다는데, 왜 그렇게 잡생각이 많은지.

그런데 그게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달리기에 집중하기도 했지만,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의 소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마음이 점점 편해지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러너스 하이'는 모르겠지만, 달리고 나면 확실히 개운하다.

어떤 운동이든 힘껏 땀을 빼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뺨을 스치는 시린 바람덕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또 색다르다.

달리기를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달리기를 권하고 싶다.


달리기는 아주 작고 소소한 성공의 행복을 맛보기에 최고인 것 같다.

1킬로, 3킬로, 5킬로, 7킬로, 10킬로, 아주 약간만 더 빠른 속도.

혹은 귀찮음을 떨치고 밖에 뛰러 나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작은 성공들을 맛볼수록 나 자신이 좋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닐까.

러닝 멤버는 언제나 오직 나 혼자.

요즘 나는 이 나홀로 러닝의 러닝 크루 멤버가 점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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