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책 리뷰- 한강 작가님 시집, 시의 재구성

by 김험미

얼마 전 대형 서점에 나가 세 권의 책을 사 왔다.

지난주에 리뷰한 [부의 추월차선] - 엠제이 드마코,

다음에 리뷰할까 생각 중인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AI워커스] - 김덕진, 김아람,

그리고 오늘 리뷰하게 된 한강 작가님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이렇게 총 세 권이다.


벌어먹고 살기 위해 어떻게든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만 같은 구매 이력이라 민망한 마음이 앞선다.


오늘의 리뷰는 다른 훌륭한 문학 평론가분들이나 문학을 잘 아시는 분들의 리뷰와는 한참 동떨어진 그 무엇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보며 가슴을 찔러 왔던 글귀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시처럼 모아보았다.

이것이 나의 리뷰다.




재구성한 시의 제목은


[초여름 천변, 흔들리는 커다란 버드나무를 올려다보면서, 그 영혼의 주파수에 맞출,

내 영혼이 부서졌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에 대해서]



어두워지기 전에

그 말을 들었다.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텅 빈 눈 한 쌍이 나를 응시한다


너를 공격할 생각은 없어

라는 암호가 끌어올린 입꼬리에 새겨진다


나를 긋고 간 것들


베인 혀 아래 비릿하게 고인 것들


어떤 지옥도

욕설과

무덤

저 더럽게 차가운

진눈깨비도, 칼날 같은

우박 조각들도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눈에서 흐른 끈끈한 건

어떻게 피가 아니라 물이었는지


(하지만 상관없어, 네가 찌르든 부서뜨리든)


나는 삼켜지지 않아.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갔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무엇을

나는 건너온 것일까?


걱정 마


나는 아홉 개의 목숨을 가졌어

열아홉 개, 아흔아홉 개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시집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들을 모아 하나처럼 이어보았다.

작가님의 시집 전체에 흐르는 심상 가운데 나에게 남아 있는 심상을 이어 붙였다.


이 시집을 읽고 내가 느낀 전체 감흥의 표현, 독후감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각자 시집을 읽고 느끼는 바는 서로 다를 것이다.

아직 안 읽어 보신 분들은 이런 느낌이었다 참고만 하시고, 직접 읽어 보시길 꼭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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