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맞대요. 그렇대요.
#DAY 1
네팔 여행비는 얼마예요?
“히말라야 비싸지 않아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다고 하면 으레 듣는 말이다.
“글쎄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저는 경유해서 가는 거 끊었더니 왕복 50만 원대에 끊었어요.”
그랬다. 그리고 이 중국 항공사는 꿈에도 나올 정도의 충격을 줬다.
네팔 성수기 국적기 왕복은 130만 원쯤 한다. 좀 더 싸게 끊는 방법도 있다지만 그래도 90만 원 이상이다. 중국을 2번 경유하는 비행편은 이에 비해 반값이다. 40만~50만 원대로 끊을 수 있고 24시간 이내 트랜스퍼(환승)하는 여행객에게는 무료 호텔(!)을 제공해준다(시기에 따라 정책이 바뀜). 호텔까지 준다 하고 이참에 중국도 들러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순진했다.
김포에서 1시간 50분쯤 날아가니 밤 10시 좀 안 돼 상해 홍차오 도착. 가방을 끌고 으쌰 으쌰 신나게 이미그레이션을 지나 짐을 찾고 영어는 1도 못하는 아저씨를 만났다. 이때까진 좋았지. 10시 반쯤 되자 슬슬 피곤했고(반차 내고 퇴근한 날), 호텔이 근처인 줄 알았는데 자정이 넘도록 나는 달리는 차 안이었다.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어디쯤 인지도 모르겠고 피곤함보다는 이거 어디 팔려가나 싶은 불안함이 컸다. 차 안의 중국인들은 웅변대회 참가자들인 양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머리털이 고슴도치처럼 뻗쳐 갈 때쯤 차가 멈춘 곳은 푸동공항 근처, 정육점처럼 보이는 붉은 조명 호텔이었다. 호텔 직원도 영어를 못한다. 3~4성급 호텔이라 그럴 테다.
1시쯤 체크인을 하며 영업용 미소를 장착한 채 내일 몇 시에 나가냐고 물으니 3시 45분에 로비에서 만나자고.^^ 그렇다. 중국의 24시간 이내 레이오버는 그냥 호텔에서 샤워하고 다리 펴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사실 가격 생각하면 불평할 것은 못되지만, 내 경우엔 기대가 컸나 보다. “우와, 대륙 마인드!”라고 감동한 선구자 네티즌의 소회는 내 것과 차이가 컸다.
중국 땅에 발 디딘 건 그날이 처음이었으니 기념은 해야지, 캐리어를 던져두고 일단 호텔 밖에 나왔다. 호텔 오는 내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던 배우자가 호텔 근처 마트를 봐놨다. 문 연 식당도 있었지만,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마트에서 맥주를 고르고 한국 과자를 샀다. 역시 k-과자, k-라면! 이상하게 해외에 나오면 “올~ 한국~”하면서 하나씩 사게 된다.
신나게 맥주를 깠다. 피곤했지만, 1시간을 자더라도 깊게 자자며 긴장을 풀었다.
기절하듯 잠든 지 두 시간 만에 다시 일어나야 했다. 온수 샤워를 하고 나니 견딜만하더라. 올 때는 봉고를 탔지만, 갈 때는 SUV를 타서 좀 나은 줄 알았다. 아저씨가 졸음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둘 다 뒷좌석이 아니라 배우자는 조수석에 탄 게 다행이었다. 되지도 않는 말을 걸거나 비상시 핸들을 잡을 태세로 긴장한 끝에 홍차오 공항에 도착.
카페 앞에 죽치고 앉아 기다리다가 문 열자마자 1호 손님으로 라테를 마셨다. 중국에서 보낸 첫날밤, 그리고 더 화려한 쿤밍으로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