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팠어요.”
이런 말은 주로 듣기만 했었는데 이젠 내가 하고 있다. 그동안 아팠다, 정말.
어디가 아팠는데요? 라고 누가 묻는다면 딱히 어떤 병명을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시작은 4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있던 날 다음부터 허리가 좀 아팠고, 그 상태로 장거리를 운전하느라 요통이 더 악화되었다.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 다음엔 목이 아프기 시작했고, 목과 허리가 동시에 아픈 상태에서 원인 모를 두통이 따라왔다. 그래도 대표 증상은 목이라고 생각하여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약을 먹은 다음날부터 이럴 수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원래도 안 예쁜 목소리인데 츄바카(스타워즈에 나오는 털북숭이) 같은 소리로 울부짖고 있자니 스스로도 참 한심해졌다. 밖으로 나가는 걸 자제했다.
아픔은 항생제를 먹으면서 다른 단계로 발전되었다. 그전엔 그냥 아팠다면, 약을 먹으니 몽롱한 상태에서 속이 울렁거리면서 아팠다. 멍하게 누웠다, 앉았다 하다보면 하루가 갔다. 그러다가 목소리가 돌아왔는데 극심한 기침과 함께였다. 발작적인 기침. 통제가 안 되는 기침이었다. 목 깊숙한 곳 어딘가가 아주 건조한 사막 같고 그곳에서 이 요상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특히 잠자리에서 심해져서 아침까지 기침만 하면서 밤을 꼴딱 새곤 했다. 미세먼지, 고양이 알러지, 책 먼지 등 온갖 탓을 다해보아도 그동안은 안 그러다가 왜 지금 이러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되지 못했다. 약을 더 먹고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어젯밤도 그렇게 기침만 하다가 잠을 설쳤다. 새벽 6시부터 약 두 시간 정도 잠이 들었을 것이다. 고생의 정점을 찍은 것인지 오늘은 어제보다는 평온하다. 발작성이 좀 잦아들었다.
이 난리를 피우는 와중에 나의 신간이 나왔다. 책이 나온 걸 알고 전화를 걸어온 한 지인은 ‘아, 그래서 몸이 그랬구나!’ 했다. 겉으론 평온한 듯 했어도 내 온몸의 신경은 이 ‘출산’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란다. 하긴 예전에도 조용히 넘어간 적은 없었다. 거식증이거나 불면증이거나 했다. 이번엔 폭풍기침이었던 것인가. 출간과 기침에 연관을 짓는 것이 엉뚱하긴 하지만, 차라리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통과의례였다면 그 고통이 그렇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모처럼 나온 책이 예뻐서 참 맘에 든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