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진정한 친구 하나 없는 걸까> 예스24 목동점
그동안 책을 낸 것은 여러 번이었으나 북토크는 한 적이 없었다.
그저 책을 내고 끝. 책을 내고 끝. 독자와의 소통은 개인적으로 보내오는 이메일로.
이젠 직접 소통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을 절감하며 내게 낯설었던 이 트렌드에 동참하기로 했다.
두 달 째 이어진 기침감기라는 최악의 컨디션에도 말이다.
최근의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소설가 박상영의 북토크에 참석해봤다.
대세임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 대강당이 가득 찼다.
문학평론가가 옆에 앉아 진행 했고 그는 느긋하게 답변하는 식이었다.
어머님께서 퀴어 러브스토리로 가득한 그의 책을 성당에 뿌리겠다고 하셨다는데 그걸 말리느라 힘들었다니.
대강당이 들썩거리게 웃음이 터졌다. 덩달아 입 벌리고 박수를 보내다가 문득 현타가 왔다.
내가 왜 여기에 왔지? 그는 나와 전혀 입지가 다르잖아! 조용히 일어서서 나왔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퇴실시 사고 방지 차원에서 미리 나온 이유도 있었다.)
북토크는 결국 각자 자기 스타일로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었다.
자기 운명의 일부인 것처럼.
지난 7월 26일 금요일 , 결국 시간은 왔다.
5분 전에 착석하여 앞을 보니 유난히 눈망울들이 초롱초롱한 분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등 뒤로는 서점 영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짜고짜 마이크 들고 내가 누구라고,
내가 무엇을 썼노라고 말을 하자니 어색했다.
그래도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뒤쪽에 자리 잡고 응원의 눈빛을 보내주니 슬슬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준비해간 원고로 40분을 채웠고, 30분간은 청중과의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갔다.
처음엔 모두 나를 모르는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나의 이번 책
<왜 나는 진정한 친구 하나 없는 걸까>를 가지고 오신 분도 있었고
예전 책 <나의 아름다운 성당기행>을 읽고 온 가톨릭 신자분도 있었다.
표현은 못했지만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토크......끝나기까지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도대체 이건 왜 하는 걸까?
의문과 질문, 질문과 의문이 번갈아 일어났는데 역시 한 번의 경험이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작가로서의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을 얼마나 사랑하고 닥친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소심한 작가에게는 또 얼마나 너그럽고 따뜻한지.
딱히 재미있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단한 사람의 북토크도 아닌데
끝까지 자리에 남아주신 분들께 새삼 감사드리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