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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강 Jul 15. 2021

모범택시를 탄 성냥팔이 소녀

<성냥팔이 소녀>-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성냥팔이 소녀는 오늘도 거리에 나왔어요. 

거리에 소녀 또래의 아이는 아무도 없었어요.

영하 20도의 날씨라 노점상도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얘, 집으로 가라. 그렇게 얇게 입고 어딜 나왔어?”

포장마차 아저씨가 혀를 찼지만, 소녀는 대답할 수 없었어요.

헌옷수거함에서 주워온 경량 패딩은 한기를 전혀 막아주지 못해서 벌써 몸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그렇게 허공에 외치며 소녀는 계속 거리를 걸어갔어요.

앞에서 담배를 입에 문 청년이 걸어왔어요.

소녀는 달려가 말했어요.

“성냥 사세요.”

하지만 그는 눈을 찡긋하더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보여주었어요. 142,650원짜리 지포 라이터 콘스탄틴 베네딕트 모델이었어요.      





골목을 돌아서니 환한 불이 켜진 이층집이 보였어요.

가족이 저녁 식사 중인지 고기 굽는 소리, 여럿이 웃는 소리가 들려 왔어요. 

소녀는 그 집 앞 계단에 쪼그려 앉았어요. 손과 발이 너무 시렸어요. 

“잠깐만 쉬었다가 가자.”

그때 어디선가 검은색 모범택시가 달려와 소녀 앞에 멈췄어요.

그리고 차에서 세 명이 내렸어요. 

남자 둘, 여자 하나였어요.

소녀는 그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와, 이제훈이다...원빈이네...앗, 한지민 언니!”

그들은 소녀 앞으로 다가왔어요.

“얘, 너는 왜 여기에 있니?”

소녀는 말했어요.

“성냥을 다 팔지 못하면 집에 못 가요. 성냥 사세요.”

원빈이 말했어요.

“얼마면 돼? 얼마면 그 성냥 다 살 수 있는데?”

그러고 보니 소녀는 한 번도 성냥을 떨이로 팔아본 적이 없었어요.

“한 개에 천 원이니까 다 합치면 8만 원이네요.”

원빈은 성냥을 세보지도 않고 8만 원을 꺼내 소녀에게 주었어요

소녀는 태국산 바구니에 담긴 성냥 76개를 그에게 건넸어요.  

“이제 집으로 가야지.”

그런 한지민에게 소녀가 말했어요.

“저기요. 편의점에서 소주 다섯 병만 사주세요. 미성년자는 술을 살 수가 없네요.”

한지민과 이제훈은 ‘저거 꼭 사야 돼?’하고 속닥였지만, 원빈이 ‘아버지가 사 오라고 했겠지. 일단 사’라고 했고 그들은 곧 옆에 있던 편의점에 가서 술을 사다 주었어요.

“자, 이제 택시에 타라. 집에 데려다줄게.”

이제훈이 말했어요.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과 함께 모범택시에 탔고 집으로 향했어요. 





        

이제훈, 원빈, 한지민은 문을 열자마자 소리쳤어요. 

“꼼짝 마라. 너를 아동학대범으로 체포한다!”

하지만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어? 너희 아버지 어디 계시니?”

소녀는 말했어요.

“아버지 없어요. 저 혼자 살아요.”

한지민이 말했어요.

“그럼 저 소주는 왜 산 거야?”

소녀는 소주병을 끌어안았어요.

“저 술 약해요. 아주 조금씩만 마셔요.”

이제훈은 집안에 굴러다니는 소주병을 보고 한숨을 쉬었어요.

한지민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어요. 

“아동학대 신고 건이요. 135번지요. 네…네…네?”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어요.

그리고 소녀 앞에 다가가서 말했어요.

“이봐요, 노숙자 씨! 동안 사기 좀 그만 쳐요. 나이 사십에 소녀 행세는 너무 하지 않나요?”

소녀, 아니 노숙자 씨는 말했어요.

“그럼 좀 어때요? 다들 소녀로 보는 것을….”

원빈은 화가 나서 주먹으로 유리창을 쳤어요. 

눈가 주름이 자글자글한 성냥팔이 소녀는 웃으며 말했어요. 

“아저씨 그거 방탄유리예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지민은 결심했어요. 

절대로 과도하게 동안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제 나이로 보이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이제 깨달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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