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이 느껴져 산책을 거르고 싶었습니다.
대충 짧게라도 걸어보자 싶어 어그적대며 나가 대충 걸었습니다.
청량한 찬 공기가 정신을 깨워주니 기분 좋은 새벽 산책이 되었습니다.
입이 까끌해 식사를 거르고 싶었습니다.
대충 한술이라도 뜨자 싶어 국에 밥을 조금 말아 대충 후루룩 마셨습니다.
허했던 빈속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자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되었습니다.
출근시간이 빠듯해 설거지를 미뤄두고 싶었습니다.
대충 그릇을 훔치고 싱크대에 담가만 놓자 싶어 대충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기왕 물 묻은 손은 가속도가 붙어 3분도 안 돼서 깔끔한 설거지를 완성해 주었습니다.
참 하기 싫고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평소 잘하다가도 별안간 손대기도, 꼴 보기도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법의 단어를 중얼거립니다.
대충. 대충. 그래 대충.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 끝내겠다는 강박을 버리고, 완벽하자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의외로 많은 것들이 수월하게 해결됩니다.
대충 마음먹고 시작했지만 어쨌건 산책도 했고, 아침도 먹었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대충 쪼개놓은 오늘 아침 일상도 묶어 놓고 보니 완벽 그 자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