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 나는 날
행복하세요. 그냥 날씨가 좋으니까요.
창을 열어 맞이한 아침 공기가 서늘해 깜짝 놀랐다. 유난히 어둡고 축축했던 여름의 끝자락에 주저 앉아 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코 앞엔 가을이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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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래도 새삼 누구나 호불호없이 좋아할만한 계절은 너구나 싶다.
어느새 높아진 하늘에선 가을볕이 쏟아지고, 그 따스함에 기분 좋게 눈을 감으면 선선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휙 흩뜨리고 지나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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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하늘 사진을 슬쩍 찍어두게 되는 날.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그래. 나는 이렇게나 행복이 쉬운 사람인데 말이야-'하고 웃어낼 수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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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가는 2020년.
'행복'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참 조심스러운 요즘이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가을 냄새 나는 이 순간에 잠시나마 아무 생각 없이 머무를 수 있길.
그렇게 우리의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을 행복으로 적어둘 수 있길 바라게 되는 9월 4일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