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루틴 찾기

출근하지 않는 사람의 하루


루틴은 의지력을 아끼는 장치다. 매일 "오늘 뭘 할까"를 결정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면, 그 에너지를 정작 중요한 일에 쓸 수 있다. USC의 심리학자 Wendy Wood 교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에 하는 행동의 약 43%는 의식하지 않은 채 자동으로 수행되는 습관적 행동이다. 절반에 가까운 하루가 이미 루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루틴이 내가 설계한 것이냐, 아니냐다.


출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특히 이 루틴이 중요하다. 선택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가장 좋은 시간대를 회의에 낭비하지만, 자율적 일정의 사람은 온전히 자신의 핵심 작업에 쓸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루틴을 "메스머리즘(일종의 자기최면)"이라고 불렀다. 창작을 위한 집중의 상태로 빠르게 들어가기 위한 주문같은 것이다. 스티븐 킹은 매일 오전 8시~8시 30분에 같은 자리에, 종이를 같은 방식으로 배치하고 앉아 작업한다고. 이 일관성이 마음에 작업 준비 신호를 보낸다고 말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루틴도 유명하다. 매일 아침 "오늘 내가 할 좋은 일은 무엇인가"를 묻고 자기 전 어떤 좋은 일을 했는지 물었다. 다윈은 90분씩 하루 3번 집중적으로 일했고 샌드워크(Sandwalk)가 루틴의 핵심이었다. 샌드워크는 다윈이 자기 정원 뒤에 직접 만든 약 400미터의 자갈길로, 날씨에 상관없이 하루 세 번 이 길을 걸었다.


그래서 나도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 끝에 무엇이 올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1단계: 크로노타입 파악 — 루틴의 뼈대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란 개인의 생물학적 시계, 즉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 만들어내는 수면-각성 패턴의 선호도다. 쉽게 말해 "나는 아침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인가, 저녁에 더 활기찬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내부 시계다. 이건 의지나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생물학적 특성이다. 다만 나이에 따라 변한다. 어린아이는 대체로 아침형이었다가 사춘기 이후 저녁형으로 이동하고, 성인 후기에 다시 아침 선호 방향으로 돌아온다.


크로노타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아침형인 모닝 라크(Morning Lark), 저녁형인 나이트 아울(Night Owl), 그리고 그 중간인 허밍버드 혹은 서드 버드(Third Bird)다.


하루는 세 개의 에너지 국면으로 구성된다.

피크(Peak): 가장 높은 자연적 에너지 상태로, 분석 작업과 의사결정에 최적화된 3~4시간.

트러프(Trough):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로 집중이 어렵고 쉽게 산만해짐.

리바운드(Recovery): 두 번째로 높은 에너지 상태.


인구의 약 80%는 모닝 라크(15%)와 서드 버드(65%)로, 피크가 오전에 오고 트러프가 오후에, 리바운드가 늦은 오후에 온다. 나머지 20%인 나이트 아울은 역순으로, 이른 오후 트러프 후 오후 4시~9시에 피크가 온다.


본인의 크로노타입을 먼저 확인해보자.

https://www.psychologytoday.com/us/tests/health/chronotype-test


테스트 결과는 아침형(MT,Morning Type), 저녁형(ET, Evening Type), 중간형(NT, Neither Type) 중 하나로 나온다. 나는 NT가 나왔다. 허밍버드다. 이게 맞을 수도 있고, 아주 오랫동안 심한 ET, 즉 올빼미로 살다가 올해 들어 습관을 바꾸면서 아침형으로 변화하는 도중의 전환기 타입일 수도 있다.


이에 따르면, 에너지 피크 시간은 오전 중반이고, 가장 집중력을 요하는 딥 워크(Deep Work)는 오전 9~12시 사이에 배치하는 것이 최적이다.


2단계: 에너지 레벨을 따라 작업 배치하기


피크 직전과 피크 시간에는 Cal Newport가 말하는 "딥 워크(Deep Work)", 즉 집중력이 필요한 정신적으로 까다로운 작업이 이상적이다. 반면 트러프는 루틴한 행정 작업이나 산책처럼 뇌가 쉬어가는 활동이 맞다.


또한 전략·의사결정처럼 높은 집중이 필요한 활동은 오전에 피크 성과를 보이고, 신체적 노력이 필요한 활동의 피크는 오후에 오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리바운드 시간대는 인풋의 시간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딥 워크가 일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간이라면, 리바운드는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채우는 시간 — 정보를 찾고,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시간이다.


허밍버드 또는 서드 버드(Third Bird)를 위한 루틴의 골격은 이렇다.


오전 8~12시 피크: 핵심 업무, 딥 워크

이른 오후 12~14시 트러프: 점심, 가벼운 행정 업무, 이메일, 산책

오후 14~17시 리바운드: 독서, 음악 감상, 브레인스토밍, 가벼운 작업

저녁: 마무리, 휴식



나의 루틴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가장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을 오전에 배치하되 딥 워크는 5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다윈의 작업 시간은 90분씩 세번이었고, 하루는 새벽 네시에 일어나 5-6시간을 집중해서 글을 썼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고강도 집중 작업은 4~5시간이 한계다.


2. 신체활동 루틴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50대 이후 루틴을 지속시키는 힘은 체력에서 나온다.


3. 4일만 일한다. 일주일 중 일하는 날은 월화 목금으로 하되, 수요일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다른 날 중 하루를 뺀다.


이렇게 해서 나온 일주일의 루틴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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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이 (월·화·목·금)은 오전 피크 시간 전에 조깅 30분. 점심 식사 후 (배낭 메고 걷기) 30분. 이른 저녁 후 필라테스 또는 스크린 골프 1시간.

-트레이닝 데이 (수·토) 양재천 달리기, 지속주 10~15km. 이후 하루 종일 독서와 글쓰기.

-일요일 완전 휴식.


루틴을 뿌리내리는 법: 큐(Cue)와 습관 스태킹


루틴을 설계하는 것과 실제로 뿌리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핵심은 큐(Cue), 즉 행동을 촉발하는 트리거다. 런던대학교 심리학자 Phillippa Lally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트리거 이벤트를 활용한 참여자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높은 자동성을 보고했다. 루틴 기반 큐와 시간 기반 큐 모두 습관 형성에 유사하게 효과적이었다.


루틴을 바꿀 때는 기존 루틴에 새 행동을 쌓는 ' 습관 스태킹(habit stacking)' 방식이 효과적이다. 위의 루틴에서 새로운 행동은 점심 식사 후의 럭킹 하나다. 나머지는 이미 하고 있는 활동들이고, 더 엄격하고 정확하게 지켜 완전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큐가 필요한 루틴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아침 큐가 연쇄 반응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 침대를 정리하고 빠르게 환기, 청소를 한다.

청소가 끝나면 → 조깅을 한다.

조깅 후에는 배가 고프니 → 샤워를 하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다.

점심 식사 후 20분 휴식 후 → 배낭을 메고 걸으러 나간다.

저녁은 일찍 5시에 먹고 → 8시 전에 필라테스 레슨이나 골프 연습장을 다녀온다.


흔히 "21일이면 습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Lally et al.의 연구(2010,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따르면 자동성이 안정화되는 데는 평균 66일이 걸리며 개인과 행동에 따라 18일에서 254일까지 편차가 크다. 2개월 후에 이 루틴을 점검하고 보완하기로 한다.


이 루틴에서 부족한 것은 명상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루틴을 좀 더 반영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신체활동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이게 지속가능성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