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 1/100] Comfort Crisis

2026년의 나를 설계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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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a radical new body of evidence shows that people are at their best—physically harder, mentally tougher, and spiritually sounder—after experiencing the same discomforts our early ancestors were exposed to every day."


2026년 2월, 나는 이 문장을 만났다. 기다렸던 답이었다.


Michael Easter는 책에서 현대인의 과도한 편안함 추구가 오히려 건강과 회복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우리 조상들이 매일 경험했던 불편함들 - 추위, 더위, 배고픔, 육체적 고난 - 이것들이 사실은 우리를 신체적으로 더 강하고, 정신적으로 더 강인하고, 영적으로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기자라는 백그라운를 백퍼 활용, 유명한 학자들과의 대화와 실증적 증거를 통해 이를 탄탄하게 증명해 나간다.


이 책이 지금 필요했던 이유


2025년 10월 말부터 작은 변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쌓여서 축적되는 변화들.

10월 22일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첫날 1분에서 다음날 2분, 그리고 지금은 아침마다 5-10km를 달리고 있다.


지난 주부턴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어깨와 허리 통증은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것들이니 참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통증을 없애고, 근력운동을 시작하겠다.


그리고 이번 주, 2월 첫 주부터 책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신체적으로, 인지적으로, 정신적으로 - 모든 면에서 최상의 상태를 목표로 조금씩 나아가는 게 올 해의 목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처음으로 고른 책이 Comfort Crisis다. 아마도 나의 그런 목표가 이 책을 고르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마침 이 시기에, 2026년 올해 내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지루함(Boredom)'은 뇌의 휴식이다


저자는 알라스카에서 거의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하루에 대해 얘기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할 일도 없고 오로지 카리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일이 없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을 잃어버리면서 창의성도 잃었다고 말한다.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인류는 '지루함'을 경험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디폴트 모드 넷트워크 (DMN)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들이밀면서 영장류들이 살아오면서 견뎌야 했던 지루함을 우리도 경험해야 사실 더 창의력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조근조근 설득한다.


Default Mode Network란 뇌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때 활성화되는 신경 네트워크다. 멍 때리기, 샤워 중, 산책 중, 지루함을 느낄 때 작동한다. 이때 뇌는 사실 엄청난 일을 한다. 과거 경험을 통합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자기 성찰과 창의적 연결(아하! 순간)이 일어난다.


그런데 우리는 DMN이 작동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항상 외부 자극에만 반응하는 상태. 너무 많은 자극 때문에 우리는 1초의 공백도, 1초의 침묵도, 1초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는다.


실천해야 할 것: 일주일에 몇 번은 음악없이 그냥 달리기. 그냥 멍 때리기. 지루함이라는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


인간은 달리도록, 그리고 운반하도록 진화했다


책에서 저자가 가장 추천하는 운동 중 하나가 배낭에 무게를 넣고 걷는 '러킹(rucking)'이다. 달리기와 함께. 우리 말로는 무장 행군 정도일까?


인간은 오래 달리기 위해 진화한 동물이다. 추운 날씨의 썰매개를 제외하면,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동물이 인간이다. 단거리 스프린트에서는 치타나 말을 따라갈 수 없지만, 먹잇감이 지칠 때까지 끈질기게 추적하며 달릴 수 있는 능력 - 이것이 인간의 진화적 강점이었다.


그런데 현대인은 달리지 않는다. 달리도록 설계된 몸을 의자에 앉혀두고 산다. 여기저기 아픈 게 당연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인간은 달리기만 한 게 아니다. 무언가를 운반하며 진화했다. 채집한 것들을 들고, 메고, 날랐다. 그래서 저자가 러킹을 강조하는 것이다. 무거운 짐을 메고 걷는 것, 또는 달리는 것. 이것이 지구력(endurance)과 근력(strength)을 동시에 강화시키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저자는 달리기를 할 때 '어디서' 뛰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연 속, 야외 환경에서.

울퉁불퉁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지형에서 달릴 때, 우리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뇌가 함께 뛴다. 발을 디딜 곳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균형을 잡고, 경로를 예측한다. 실내 트레드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달리기가 머리를 좋게 만든다"는 콘텐츠가 인기다. 단순히 혈류 증가나 엔도르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가 수십만 년 동안 생존과 직결된 활동이었다. 뇌는 달리는 상황을 "생존 모드"로 인식하고, 모든 인지 기능을 최대로 가동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실내 트레드밀이 아니라 트레일 러닝이다. 자연 속에서, 불규칙한 지형에서, 뇌와 몸을 함께 깨우는 달리기. 트레일 러닝을 해야겠다!



Memento Mori,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이스터는 탐 도중 실제로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겪는다. 탐험 초보자에게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사건들. 소형 경비행기부터...


그러면서 행복하기로 유명한 나라 부탄에 대해 얘기하는데. 사실 나는 부탄이 정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부탄이 자체 개발한 GNH(국민총행복) 지수로는 높은 점수를 받지만, UN 주도의 World Happiness Report에서는 95위다. "국민 전체가 행복하다"는 주장 자체가 의심스럽다.


어쨌든 이 챕터에서 이스터는 부탄에서 만난 인류학자 타왕(Thawang)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결론은 "행복해지고 싶다면, 하루에 다섯 번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죽음을 외면하고 숨겨야 할 '불가피함'으로 여기는 현대 서구 문화와 달리, 부탄 사람들은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죽음을 자주 떠올릴 때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의 생명력과 안락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는 것. 부탄의 학자는 말한다. 행복은 안락함의 축적이 아니라, 우리가 언젠가 사라질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서 온다. 불교의 근본 교리다.


실천해야 할 것: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기. 죽음 앞에서는 많은 것이 명확해진다. 돈, 성공, 사회적 인정 등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인지 그저 사회에서 다들 따르는 것을 따라하는 것인지. 내 집착들을 점검하고 진짜 중요한 것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기.


Misogi


마이클 이스터는 1년에 한 번, 성공 확률 50% 미만의 힘든 도전인 '미소기'를 하라고 제안한다. 이스터는 실제로 이 책을 미소기를 실천하면서 썼다. 알라스카로 33일 동안 카리부 사냥 여행을 떠난 것. 그 탐험을 실행하면서, 그가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직조하면서 이 위트있고 유쾌하고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책을 완성했다.


그런데 2026년에 내가 도전할 '나만의 미소기'는 무엇으로 할지 아직은 생각이 안난다. 미소기의 원칙은 두 가지다. 50%의 성공 확률. 죽지 않을 것.



그렇게 해서 나온 계획


단기 (지금 당장): 겨울 야외 러닝, 실내 온도 춥게

중기 (1-3개월): 5kg 백팩 트레킹으로 트레일 러닝 준비

장기 (올해 안): 주 1회 야외 트레일 러닝, 월 1회 자연 속 1박

Misogi: 고민 중. 50/50 성공 확률의 극한 도전에 뭐가 있을까

침묵 속에 멍 때리는 시간 늘리기


에필로그: 1.7배속으로 질주하기


이 책은 킨들 원서로 읽었다. 내 독서법은 조금 특이한데, 오디오북을 동시에 사서 1.5배속에서 1.7배속으로 틀어놓고 읽는다.


천천히 곱씹으며 페이지를 넘기는 게 아니라 저자의 호흡을 따라 숨 가쁘게 달려가듯 읽는다. 이렇게 한 번 빠르게 끝까지 질주하고 나면, 책의 전체적인 지형도가 그려진다. 그런 다음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서 천천히 확인한다.


원래 책을 굉장히 빨리 읽었다. 4-500페이지 책도 하루 정도면 끝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눈이 나빠지면서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문제는 느리게 읽기에 적응이 안 된다는 거였다. 천천히 읽으면 딴생각이 나고, 책 읽기가 지루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오디오북 빠르게 듣기다. 처음 1배속으로 듣다가 조금씩 속도를 높이면, 나중에는 1.7배속이 1배속처럼 느껴진다. 1배속은 오히려 굉장히 느리게 느껴진다.


뇌는 반복적으로 특정 속도에 노출되면 그 속도를 새로운 "기준점(baseline)"으로 설정한다. 뇌가 청각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하도록 신경 회로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는 더 높은 주의력과 각성 상태를 요구하고, 이 상태에 적응하면, 느린 속도는 충분한 인지적 도전을 주지 못해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빠르게 읽으면 비슷한 주제를 가진 여러 책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 그렇게 모아 읽기를 할 때 얻어지는 인사이트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읽고 나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머리가 둔해지는 느낌이 들 때마다 이렇게 몇 달을 주말마다 독서 마라톤을 하고 나면 다시 기름칠을 한 느낌이 들곤 한다.



저자가 알래스카 야생에서 깨달은 것은,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나 또한 안락함 속에 잠들어 있던 나의 '야생성'을 하나씩 깨워보려 한다. 나를 더 몰아붙여서 도전과 극복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찾아보려고 한다.


2026년 100권 읽기(50권 원서)는 인지적 불편함, 트레일 러닝 도전은 신체적 불편함, 그리고 죽음을 정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신적 불편함이다.


Comfort Crisis는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2026년 내내 실천하며 살아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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