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환학생기] 2. 기숙사 신청 실패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인생이란 한 순간의 선택으로 많은 것이 바뀐다. 그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의 데이터 입력으로 인해 수많은 결과치들이 파생되듯, 한 순간의 선택이 현재의 나에게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그 선택'은 바로 기숙사다. 프랑스는 학교 당 하나의 기숙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에 몇 개의 기숙사가 있고 그중 추첨에 성공된 곳에 가는 방식이다. 그만큼 기숙사 자리는 넉넉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대학교 수강 신청하듯 대기를 하다가 재빠르게 기숙사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교환학생을 가기 직전 학기에 인턴을 하고 있었고, 기숙사 신청 시간은 아침 8시로 그 시간은 출근길 지옥철에 있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동아리 친구에게 기숙사 신청을 부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내 친구는 애석하게도 기숙사 신청에 실패했다. 나도 당황했고 내 친구도 당황했다. 나는 기숙사 신청이 어느 정도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 부탁에 응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웠기에 친구를 탓할 이유도, 그리고 시간도 없었다. 빨리 다른 주거지를 마련해야 했다. 말 그대로 홈리스가 되게 생겼으니 말이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이전에 말했듯, 내 절친의 동생이 내가 가는 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미술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나는 냉큼 그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집 알아봐 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냐고.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썩 친하지 않은 남들에게 부탁을 많이 했던 적도, 또 부탁을 받았던 적도 없는 것 같다. 부탁을 했던 건 해외에 미리 나가 있는 친구들에게 정보나 만남을 구걸하는 것이었고, 부탁을 받은 건 각종 유럽 제품 구매 대행 같은 것들이었다. 슬프게도 그때 연락했던 친구 중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반도를 벗어나 넓은 대륙으로 나가니 내 인간관계도 저절로 넓어진다고 생각했던 걸까. 어쨌든 그런 시기였다.
그 동생도 아직 어린 유학생에 불과했고, 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긴 어려웠다. 그래도 그 친구는 학교 국제 교류부에서 준 주거지 명단 몇 군데에 나 대신 전화를 해주는 수고를 기꺼이 해주었다. 그 친구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결국 그 동생의 도움도 무용지물로 돌아가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전전긍긍하며 인터넷을 뒤지고 있던 와중에, 프랑스 한인 거주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 스트라스부르에서 반 년가량 살 집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말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위 시리즈는 2014년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프랑스 교환학생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