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와의 첫 키스

[프랑스 교환학생기] 3. 스트라스부르로

by 정일홈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렸다.



"3개월 정도 거주 가능하시고요. Gallia에 있는 집인데 관심 있으시면 쪽지 주세요 :)"



내 상황에 최적이었다. 위치도 적당해 트램으로 학교까지 15분 거리였고, 거주 기간도 적당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런데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기숙사 측에서 개학하고 3주가량 정도 후에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겠다는 메일이 왔다. 처음부터 알려주던가, 아니면 아예 알려주지를 말던가.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쪽을 택했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3주 전까지 어디서 살 지 또 고민해야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기숙사에 들어가는 절차 또한 골치가 아팠다.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 사람의 제안엔 이미 승낙을 한 상태였다. 번복하기도 번거로웠다.



난 이때의 선택이 나의 교환학생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다. 살짝 언급하자면, 한인 커뮤니티에서 연결된 사람은 착한 듯했지만 어딘지 뒤가 구렸고, 프랑스인들만 사는 곳에서 나 홀로 자취를 한 셈이니 기숙사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나라의 교환학생들을 사귀지 못했다.



이역만리 타국에 떨어진 나는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로 밤늦게 도착했다. 파리 공항에서 바로 테제베로 갈아탔기에 제대로 된 프랑스 땅을 밟은 것이 이때라고 할 수 있겠다. 스트라스부르 기차역은 그 크기가 작지도 크지도 않았으며, 둥지 모양의 현대식 외관에, 내부는 중세 유럽식이었다. 그 간극이 꽤나 매력적인 기차역이었다. 역에 내렸을 때 마주한 이국적인 풍경은 내 눈이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기차역일 뿐임에도 굉장히 인상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렇다! 나는 유럽, 프랑스에 온 것이다!



프랑스에서 날 처음으로 맞이해준 사람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집주인 커플이었다. 집주인 커플이 내가 살게 될 집을 안내해주기 위해 기차역으로 마중 나온 것이었다. 누군가 날 마중 나왔다는 사실이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힘겹게 캐리어를 끌고 수십 시간을 날아왔는데, 짐까지 들어주니 감동 그 자체였다. 그들은 프랑스 미대에서 유학 중인 커플이었다. 남자는 큰 키에 장발 머리, 수염을 기른 허수아비 같은 스타일이었고, 여자는 작은 키에 얼굴은 마치 마시마로 캐릭터 같이 눈 코 입이 오밀조밀했지만 어딘가 독한 기운이 있어 보이는 여자였다. 그중 집주인은 여자였는데, 본인은 3개월 간 다른 도시로 인턴을 가게 되어 남자 친구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색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라스부르역에서 갈리아역까지 트램을 타고 가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스트라스부르의 밤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가게들이 늦게까지 여는 법 없는 프랑스답게 온 도시가 캄캄하지만, 건물 외관을 비추는 조명들 덕에 유럽식 건물의 아름다움이 은은히 드러나고 있었다. 왠지 모를 쓸쓸함과 웅장함도 느껴졌다. 한국에선 본 적도 없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같은 부띠끄들이 뭐 별 거냐는 듯 여타 상점들과 나란히 줄 지어 있다. 트램을 타고 스트라스부르를 가로지르는 그 순간, 나는 이 도시를 굉장히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실로 첫 키스처럼 짜릿한 만남이었다.





*위 시리즈는 2014년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프랑스 교환학생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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