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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an 16. 2019

스카이캐슬 혜나처럼 입주과외 제의 받았던 이야기

#07. "쓰앵님을 전적으로 믿으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스카이캐슬이 뜨거운 화두다. 매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전개로, 최근에 집중해서 드라마를 본 적이 없던 내가 60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사실 전개도 전개지만, 스카이캐슬이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항상 이슈가 되는 부분이다. 입시와 사교육. 전두환 대통령 시절 과외 금지 등으로 20세기부터 제기된 이 문제는, 21세기인 지금 16조 8천억이라는 시장 규모를 자랑하며 사라지기는 커녕 더 비대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사교육과 꽤나 밀접한 관계였다. 중학생 때는 꾸준히 일대일 과외를 받았다. 중3 때는 특목고를 가기 위해 사교육 인프라가 더 발달한 옆 도시로 넘어가 새벽 2시까지 학원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대학생이 되서는 내가 과외 공급자가 되었다. 사촌동생 과외부터 인터넷으로만 만나는 화상 과외, 또 학원 선생님도 잠깐 했다. 대게 내가 맡았던 학생들은 학업 수준이 높지 않았던 친구들인데, 본인의 의욕이나 동기부여가 없어서 과외 학습 효과가 거의 없었다. 그런 학생들을 교육에 '교'자도 모르는 내가 가르친다는 게 정말 진이 빠지는 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과외료를 받기도 미안한 그런 느낌이었다.


나의 소견으로는 공부에 흥미를 붙이는 것과 시험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부에 흥미를 붙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게 되는 바람직한 길이라면, 시험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단기간의 투입을 통해 확실한 산출을 내기 위해 요령을 가르치고 훈련을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사교육은 대게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선생님이 바짝 붙어서 숙제를 내고 풀이법을 가르쳐주고... 즉, 관리 감독이다.


대학교 재학 시절 입주 과외를 제의 받은 적이 있다. 학교에 과외 중개를 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그 사이트에 올라온 내 프로필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다. 직접 학부모와 통화를 했는데 처음엔 아예 무슨 개념인지 이해가 안 됐다. 그 학부모의 설명은 이러했다.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서 xx시부터 xx시까지는 수업하고, 그 외에는 애 숙제 봐주고 관리해주면 되요. 밥도 주고 잠자리도 제공하고. 학생도 학교 근처에서 살면 공부하기도 더 편하고 좋지 않아요? 보수는 월 100에서 200까지 쳐줘요."


나는 이 제안을 들었을 때 처음엔 너무나 당황스럽고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집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혹여나 인신매매 같은... 그러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때, 강남에 사는 친구가 자기 언니가 입주 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잠깐 고민도 했다. 통학시간 줄이고 돈도 벌고, 어차피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라 공부에만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고민의 마지막은 엄마와의 상담. 어머니께서도 역시나 마음이 편치는 않으셨는지 그렇게까지는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나도 마음을 정했다. 나는 내 자유와 사생활을 빼앗길 수 없었다.


그 학부모는 나를 꽤나 설득했다. 내가 과외로 이름을 날리는 대학생도 아니었는데, 입주과외가 그렇게 절실했던 건지 나는 조금 신기했다. 아이는 24시간 내내 부모님은 물론이고 과외 선생님 눈치를 봐야하고, 자기가 스스로 택할 수 있는 것들은 적어진다. 그 집 입장에서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와서 사는 것이 불편할 것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그만한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과외 선생님의 24시간 관리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해주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부모가 된다면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킬 건지 고민해봤다. 답이 안 나온다. 우리 나라 부모님들은 대게 "우선 대학은 잘 가라, 그 이후는 네 마음대로 살아라"를 교육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계신다. 그만큼 대학이 중요하다 이 땅에선. 내가 과연 내 자식에게 쿨하게 "대학 아무데나 가", 아니면 "아예 안 가도 돼!"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요즘 느끼는 바는 인생을 자유롭게 훨훨 나는 사람들이 멋있고 예뻐 보인다. 어떠한 일에 겁 없이 부딪히며, 주도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빛나 보인다. 24시간 관리 감독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훨훨 날 수 있을까? 대학 이후에도 타인에게 관리 감독만을 받으며 평생을 보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예서 어머님. 김주영 쓰앵님만 전적으로 믿으실 일이 아닙니다...! 공부하는 기계는 평생 일하는 기계로 산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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