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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an 06. 2019

검정 롱패딩은 이제 그만...!

#06.색이 주는 즐거움

얼마 전 벼르고 벼르던 색연필을 샀습니다. 사실 고가도 아닌데 왜 이리 사는데 망설였는지. 음식이나, 옷 같은 데는 소비가 쉬우면서 취미를 위한 투자는 꽤나 망설이게 됩니다. 제가 산 색연필은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 36색입니다. 36색보다 적으면 너무 색의 범위가 적었고, 더 많으면 휴대성이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쉬는 날 카페에 가서 그림을 그리거나 여행지에 가서 풍경이나 감상을 그림으로 남기는 게 로망이기 때문에 휴대성이 중요했습니다. 무겁거나 크면 절대 안 들고 다니니까요.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얻은 지혜지요.


평소에 종종 연필로만 스케치를 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허전함과 부족함을 느꼈어요. 저는 주로 과거에 찍었던 사진을 보고 그대로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사진 속 추억은 흑백으로 표현될 수 없는, 색이 가득한 추억이기에 색연필이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오늘은 어제 먹었던 딸기 설빙을 그림으로 그려봤습니다. 이 그림을 연필로만 그렸다면 얼마나 슬펐을까요. 겨울에 제철인 딸기는 제 스케치북에서도 제철을 맞았습니다. 딸기의 빨간 색은 언제나 설레는 색입니다.


색깔이 주는 즐거움 중 또 하나는 네일아트입니다. 저는 제 손톱에 마젠타 색상이 칠해질 때의 쾌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제 몸에 지니고 있는 색깔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많지가 않죠. 그렇기에 치장하는 데에 더욱 열을 올리는 걸까요? 인간은 색을 두르기 위해 많은 것들을 생각해 냈습니다. 의복, 염색, 네일 아트 등... 유지 보수 비용이 꽤나 들지만 우리는 색을 향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겨울이 찾아오면 두꺼운 겨울 외투도 함께 찾아옵니다. 겨울 외투의 색은 대게 검정색입니다. 겨울 외투의 가격이 다른 옷들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우리는 보통 검정색을 택합니다. 어제는 신호등을 건너는데 검정색 패딩 무리가 제게 몰려오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롱패딩을 김밥에 비유하는 데 왠지 모를 쓴 웃음이 납니다. 검정색을 정말 정말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실용성을 위해 검은색 의류를 선택합니다.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매일매일 입고 싶은 옷을 무한대로 제공해주겠다고 하면 검정색 보다는 다양한 색깔을 시도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도 무미건조한 색들 뿐입니다. 무채색의 빌딩들, 회사 사무실, 인테리어 따위는 시도하지 않는 월세집... 그래서 그런지 색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하얀 눈,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트리, 겨울 딸기 같은 것들이요. 제 친구는 사무실 책상 키보드와 마우스를 분홍색으로 바꿨습니다. 분홍색 데스크를 만드는게 그 친구의 꿈입니다. 저는 무슨 색을 가져볼까요? 유성 물감이 탐이 나요. 좋은 물감 아시면 추천 좀 해주세요! 아 금발로 염색도 해보고 싶지만... 그만큼 대범하지 못한 저는 아마 평생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리즈마 색연필로 그린 딸기 설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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