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환학생기] 8. 교환학생 수업들
내가 들었던 수업 중 몇몇 인상 깊었던 수업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Luxury Brand Management라는 수업이다.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어떤 경영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LVMH와 같은 명품 브랜드, Club Med와 같은 호텔 숙박업, L’Oreal 같은 화장품 브랜드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다. 실제로 나는 로레알 관련 논문을 읽었는데, 나중에 취업 준비 시기에 실제 로레알 그룹 지원 시에 이러한 내용을 써먹기도 했다.
이 수업에서 서구권 학생들과 교수가 몇십 분이고 설전을 주고받던 기억이 난다. 익히 알려진 대로 서구 국가들의 교육 방식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생끼리는 물론이거니와 교사와 토론하는 일도 빈번하다. 교사와 학생 간 분위기도 매우 수평적이다. 우리나라에선 교수님이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허공이나 책상으로 눈을 피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서구권 학생들은 교수와의 대화에 전혀 거부감을 같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간접적으로만 듣던 이러한 문화를 실제로 접하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게 느껴졌다.
두 번째 수업은 Intercultural communication이라는 수업이었다. 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각 문화권의 의사소통 방식, 사고방식 등에 대해 살펴보는 수업이었는데 다른 문화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약속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반면 스페인은 약속 시간 한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난다든지, 프랑스는 업무보다 삶의 만족이 우선시 된다면 미국은 업무가 삶의 최우선 된다는 점 등이 흥미로웠다. 또 인식의 방식을 비교하는 내용에선, 서구권에선 주제 자체에만 집중하는 반면 동양은 주제를 둘러싼 전체적인 환경을 함께 인식한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대륙에서 온 학생들이 발표를 통해 자국의 문화를 ‘실증’해 주기도 했다. 핀란드 친구가 핀란드의 음울한 기후 등으로 인해 핀란드의 자살률이 1위라고 했던 점은 자못 충격이었다. 한국이 자살률 1위가 아니었던가? 통계 방식은 뒤로 하고, 환경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던 계기였다. 대만에서 온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선 대만 젊은이들의 피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식의 저변을 넓힐 수 있었다.
회계 수업은 어느 나라에서 들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교수님께서 앞에서 열심히 그리고 딱딱하게 이론 설명을 해주시고 학생들은 문제를 푼다. 그래서 한편으론 제일 어려우면서도 쉬운 수업이었다. 한편 Transport라는 물류 관련 수업도 들었는데, 이 수업이 개인적으로 제일 어렵고 난해했다. 내가 제일 관심이 없었던 분야일 뿐 아니라, 팀 프로젝트로 점수가 나는 과목이었는데 팀 프로젝트가 완전히 망해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수업 막바지에는 현장 실습도 있었는데 아침에 침대에서 몸이 떨어지질 않아 난 아예 가지 않았다. 성적은 F였나 D였던 것 같다.
당시엔 관심 있던 과목과 한국 대학교 과목으로 변환이 될 만한 것들을 잘 섞어서 수강 신청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흥미 있을 만한 과목을 즐겁게 수강하는 것이 제일 나았을 것 같다. 한국에서 회계, 물류 과목 같은 것들을 듣지 않을 요량으로 수업 신청을 했지만 결국 이런 수업들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한국에서 변환도 되지 않았다. 역시 뭐든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후회가 남지 않다는 깨달음을 이렇게 또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