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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행 열차 같았던 런던행 유로스타

[프랑스 교환학생기] 13. 런던으로

by 정일홈

파리에서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릴로 이동했다. 그런데 나는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를 탈 때에 입국 심사를 한다는 걸 몰랐다. 지금 같았으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입국 심사 시 질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 갔을 것이다. 그냥 무작정 환승하듯이 가서 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제복 입은 키 큰 남자가 떡 하니 막고 서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나는 비행기도 아니고 기차 타는 게 얼마나 깐깐하겠어했는데, 생전 처음으로 입국 심사다운 심사를 받았다.


"런던엔 왜 가니?"

"친구와 여행하려고요"

"대학생이라고 적었는데 어디서 공부하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요"

"뭘 전공하니?"

"경영학이요"

"그래 즐거운 여행되길 바라"

"고마워"

지극히 간단한 대화지만, 예상치 못한 입국 심사에 의연한 척을 하느라 꽤나 애를 썼다. 그래도 무사통과하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역시 내 뿌듯함 역치는 참 낮다.



유로스타는 유럽에서 내가 탔던 열차 중 분위기가 가장 독특했다.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호그와트행 열차처럼 시끌벅적했으며, 열차는 살짝 낡았고, 큰 개도 타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유난히 들떴는지 가장 시끄러운 거 같았다.


한두 시간 가량을 유로스타에 몸을 실으니 금세 런던에 도착했다. 런던은 서울 면적의 2.5배 정도이며, 인구는 서울보다 100만 명 적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도시라고 한다. 첫 여행이라 그런지 가슴이 벅차기까지 한다. 런던에서 어학연수 중인 대학교 친구와 접선하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7시. 나는 당연하게도 프랑스 통신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를 찾지 못하는 이상 다른 국가에 가면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와 만날 장소와 시간을 단단히 정한 다음 정확히 만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7시가 지나고, 7시 10분이 지나고, 7시 20분이 지나도 친구가 오지 않았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역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 희미하디 희미한 와이파이를 잡았고, 친구에게 연락했다.


"나 도착했는데 왜 안 와?!"

"7시라며! 아직 시간 안 됐는데?"

"응? 7시 넘었는데?"

"야 너 파리 시간 아냐?"


그렇다. 런던은 파리보다 1시간 느렸다. 난 시차가 있는 줄도 몰랐다. 아 유럽, 너무 재밌다 정말. 1시간이라는 시차는 누군가를 약속에 일찍 도착한 사람으로 만들고, 동시에 누군가를 약속에 늦게 도착한 사람으로 만든다. 어찌 됐든 내 친구는 부리나케 준비를 하고 나를 만나러 달려왔다.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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