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환학생기] 14. 런던 첫째 날
타지에서 만난 친구가 얼마나 반가우랴.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친구가 안내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펍과 식당이 공존하는 꽤 큰 규모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간격이 거의 어린아이 허리둘레 정도다. 친구의 설명으로는 런던 식당은 테이블 간격이 좁은 곳이 많다고 한다. 사람이 드나들기도 어렵고 거의 합석 수준인 이 테이블 간격이 처음엔 적응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다 같이 밥 먹는 분위기도 나고 재미도 있는 것 같아 싫지 않아 졌다.
나는 이곳에서 후무스라는 걸 처음 먹어봤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갈아서 만드는 중동 음식인데, 빵에 발라 먹으면 고소하니 맛있는, 부드러운 음식이다. 친구에게 런던 여행 팁을 들었는데, 런던은 "피시 앤 칩스"로 악명이 높지만 자국 요리가 아닌 외국 요리는 맛집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마트에서 파는 Ready-meal도 잘 나와있다고 한다. 또 우리는 한국에서 전시회를 종종 같이 가던 전시회 메이트였는데, 런던은 무료 갤러리가 많으니 꼭 가보라고 했다.
그간의 소회를 나눈 뒤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런던에서 묵었던 숙소는 YHA호스텔이었는데, 8인 1실이었고 공용 욕실도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샤워부스 수준이었다. 소심한 성격의 나는 활발히 대화를 나누는 외국인들 틈에 끼어있기가 매우 어색했다. 그들의 대화가 귀에 들리지만 애써 모르는 척해야 하는 그 어색함이 참 싫었다. 그 와중에 가장 붙임성 좋아 보이는 친구가 내게 이름을 물었다. 내 이름을 알려주니 발음하기를 다소 어려워하더니 이내 나에 대한 호기심을 거둬들이고 말았다.
그 호스텔에서의 굴욕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난 후 잠옷 차림에 머리도 젖은 채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나갈 때 방 키를 안 갖고 나간 것이다. 호스텔 방에 들어가려면 항상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야 한다. 순간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차림새로 로비까지 나가야 하나? 아님 누가 올 때까지 생쥐 꼴로 기다려야 하나? 아 이렇게 내 유럽에서의 첫 여행이 굴욕으로 점쳐지는 것인가 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당황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한번 두드려 보니 안에 있던 사람이 그냥 문을 열어줬다. 참, 허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