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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un 12. 2021

볕이 좋은 날엔 스트라스부르의 공원으로

[프랑스 교환학생기] 25. 스트라스부르의 공원들

스트라스부르 생활하면 떠오르는 것 중 가장 마음이 평온해지고 찬란해지는 것이 바로 공원 산책이다. 먼저 소개하고픈 공원은 헤쀠블리끄 가든이다. 집과 멀지 않고, 시내를 오가는 길목에 있어 종종 들렀던 곳이다. 특히 스트라스부르의 마지막 밤을 하염없이 추억했던 공간이라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이다. 빨 레 뒤 헝이라는 네오르네상스 양식(19세기, 르네상스로 회귀하는 건축 스타일)의 궁전 앞에 있는 공원으로, 조경이 아주 가지런히 되어있고 길도 아주 반듯하여 내 마음마저 정돈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봄에는 분홍색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괜스레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장소였다.

 

나는 이곳에서 스트라스부르의 마지막 밤을 오롯이 느꼈다. 스트라스부르는 햇살이 내리쬐는 낮시간대도 물론 좋지만, 밤의 풍경도 정말 빛이 나는데, 가든에서 바라보는 그 야경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조명에 비친 궁전의 웅장함은 나를 저절로 숙연하게 만든다. 가만히 멍 때리기도 하고, 인생을 곱씹으면서 시간 보내기에 제격인 장소였다. 게다가 크기가 크지 않고 시내 도로 한복판에 있어서 밤에도 무섭지 않다는 점이 내겐 장점이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트라스부르의 자랑은 오랑주리 공원이다. 오랑주리 공원은 아담한 스트라스부르에 비하면 크기도 꽤 커서 기분 전환하기에 아주 좋은 공원이다. 주말만 되면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이 모두 이곳에 나와 있는 것만 같았다. 나이 성별 관계없이 잔디밭에 드러누워 한낮의 햇살을 만끽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치킨에 피자에 라면에…’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하지만 스트라스부르 공원은 음식을 늘어놓거나 술판을 벌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있더라도 간단한 다과 수준이다.

 

역시 프랑스답게 조경이 매우 정갈하고 깔끔하게 되어있다. 공원 한가운데에 돔 형태의 건축물이 이곳이 유럽임을 말해주는 것 같다. 호수 주변에 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버드나무들은 마치 수술 장식 같이 이리저리 바람 따라 흔들린다. 마치 쇠라의 그림을 실제로 보는 듯하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 누워서 하염없이 쉬고, 사진 찍고, 그 순간을 즐겼다. 한편 사람 구경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여러 커플들이 입술부터 발끝까지를 마주대고 떨어질 줄을 모른다. 유럽에서 느낀 바는 커플들의 야외 애정행각이 아주 과감하다는 것인데, 그게 또 희한하게 보기 싫지만은 않다.

 

한편 오랑주리 공원은 EU 의회 바로 옆에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오랑주리 공원 가는 길목에 있는 주택들이 유난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모두 야외 테라스가 있는데, 그곳에 테이블을 놓고 바깥공기를 만끽하는 프랑스인들이 참 부러웠다. 건물 색깔도 칙칙한 색이 아닌 노란색, 분홍색과 같이 밝은 계열의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길가 곳곳에 봄꽃들도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공원으로 가는 주택가마저 낭만적인 기분이 든다. 스트라스부르의 공원은 그렇게 도시의 진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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